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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예술/미술] 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 - 미술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다

by 두목의진심 2021.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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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관심이 많은데 '비즈니스 엘리트'라는 미술을 경제적 관점으로 맞춤 미술사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더 궁금했다. 내가 엘리트는 아니지만 미술을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본다는 게 어떤 걸까 싶은 호기심에 펼쳐들었다.

 

BC1000부터 AD1900까지의 미술 변천사를 연대표로 보여주며 시작하는데 보면 과거는 주로 조각이나 건물 같은 양식이 주였다면 현대로 올수록 그림 위주의 화풍이 주를 이룬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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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 감상은 '감성'보다 '이해'이며, 이해한다는 것은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가치관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고 그래서 글로벌 리더들이 접해야 하는 인문교양이라는 저자의 말에 주목한다. 글로벌 리더를 위한 책처럼 보여 글로벌 리더는커녕 국내 리더도 못 되는 나로서는 살짝 짜증이 났지만 그럼에도 교양으로서의 서양미술사를 풀어내는 저자의 이야기는 기대된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머물게 되는 나체 조각상에 대해 뜻밖에 저자는 "신도 아름다운 남자의 나체를 좋아했다"라고 하며 이유를 설명한다. 그런데 저자의 설명과는 좀 다르게 '고대 그리스는 시민을 성인 남성으로 제한할 정도로 남녀 차별이 심해서 여성은 노예보다 낮은 계층으로 취급받았기 때문에 예술의 대상도 될 수 없었다'라는 내용이 기억났다. 또 그런 이유로 이 시대는 동성애가 발달하기도 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근데 이게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진짜 요즘은 돌아서며 이는 바람에도 기억이 날아가는 듯하다.

 

 

수도원 중심으로 확장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특징이 문맹인 사람들을 위한 쉬운 그림을 벽화로 남겼다는 설명에 예나 지금이나 그림은 언어로서의 충분한 기능을 발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복지관에서 발달장애인의 의사소통 도구로써 쉬운 그림을 이용하거나 개발하려 애쓰고 있다.

 

이 책은 서양 미술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모르고 지나칠 뻔한 미술사의 흥미롭고 매력적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동상에 왜 남성 나체가 많은지,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벽화와 그림이 발달한 이유나, 고딕 양식이 프랑스 왕권을 위한 노림수였다거나, 신에서 인간으로 다시 눈을 돌린 르네상스 시대의 예수는 고통을 오롯이 표현하는 인간적인 신의 모습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나, 천재 3인방 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동시대에 존재감을 뿜어내며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거나, 종교의 자유를 바탕으로 관능과 퇴폐적이고 감각적이면서 세속적 표현 미술이 발달했다는 베네치아 미술 등 책장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지적 수준이 레벨업되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남다른 점도 있었는데 전에 읽었던 <예술의 쓸모>에서 인상 깊었던 카라바조가 고전주의에 사실주의를 믹스한 혁신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종교화에 삐딱선을 탄 꽤나 도발적이었던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해서 더 좋았다. 반면 <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라는 책을 읽을 때 표지에서 섬뜩할 정도로 그로테스크 하다 느꼈던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를 별도의 설명 없이 역사 속 화풍 정도로 슥 지나가니 뭔가 아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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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 워낙 습자지 같은 상식 정도만 보유하고 있어 관련된 책들은 사양하지 않고 읽는 편이다. 사실 미술은 읽는다기보다 보는 쪽에 가깝고 의미를 찾으려 애쓴다기보다 색감이나 구도 같은 눈에 확연히 구분되는 정도만 보고 혼자 흡족해하는 정도였는데 이 책은 거꾸로 보는 데서 읽는 미술로 바꿔 새롭기도 하고 다양한 작품과 작가를 통해 그 시대 상이나 사조에 대해 구구절절 풀어내는 설명은 취하게 만든다. 이런 책을 비즈니스에만 써먹자고 하기에는 겁나게 아까울 정도다.

 

두목 목소리로 들어 보세요.

https://www.podty.me/episode/15264335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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