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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사회]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 이택광 묻고 지젝 답하다

by 두목의진심 2021.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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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 철학자 중 글로벌 철학자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슬라보예 지젝과 경희대 이택광 교수의 SBSCNBC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말하다>의 대담과 한편으로는 다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를 더 담은 책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연출자와 이택광 교수의 지젝에 대한 소개 인터뷰는, 물론 지젝을 알지 못하는 독자를 위한 배려이겠지만 적지 않은 분량이다. 덥수룩한 그의 수염만큼이나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내용에 비해 책의 내용을 늘려야 했던 편집자의 고민이 많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대담 속 지젝은 말한다. '큰일이 비극적인 게 아니라 평범했던 일상이 변했다는 게 비극이고, 더 이상 원하는 것을 꿈꾸고 생각할 수 있는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데 있다고. 말하자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일상을 더 이상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정성이 비극이라는 것이다.

 

퇴근길 핸드폰을 뒤적여 친구와 급하게 약속을 잡고 술잔을 기울이며 신세한탄을 할 수도, 답답함에 훌쩍 여행을 떠날 수도, 가족과 연인과 맛집 투어도 할 수 없는 이런 불안정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우릴 숨 막히게 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사에 묻힌 세계 여러 나라의 내전 내용은 솔직히 놀랍다. 침만 뱉어도 살상 무기가 되는 이런 상황에서도 전쟁을 지속해야 하는 극단적 대립은 과연 무엇일까 싶다. 바이러스보다 어쩌면 이런 생각의 차이가 우린 더 두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전쟁은 비극일까? 일상일까?

 

"세상에는 여전히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본주 체제에 문제가 있더라도 다시 잘 고쳐서 써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런데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낡고 오래된 자본주의로는 결코 정상성을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p175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에서 이런 혼란을 틈타 주도권 경쟁에 숟가락을 올려보려는 중국의 정치적 욕망을 우려하는 내용에 덧붙여 국가 통제와 개인의 자유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들, 그중에 인권의 문제를 다룬 민주주의의 새로운 정의는 공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며 마스크를 벗어던진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나 국내의 일부 종교 단체들의 집단화된 개인주의에서 파생되는 공공의 안전은 우려될 수밖에 없다.

 

 

"개인에게 최대한 평등하게 권리를 배분해 주는 것 또한 국가의 역할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인과 국가 사이의 거리를 N 분의 1로 나눈 게 민주주의라고 볼 수 있어요." p198
 

마치 대담 현장에 함께 있는 것처럼 한 호흡으로 집중하게 된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과 대책에 대한 생각들을 넘어 기후나 식량 등으로 연결되는 환경 문제까지 눈을 뗄 수 없다. 사실 상황은 전혀 희망적이진 않지만 희망적으로 향해야 한다고 방향을 가리키는 두 석학들의 사유는 흥미진진해서 밤새워 읽었다.

 

 

책장을 덮는 지금, '별이 없는 상태'의 재난이 예전만큼 두렵지 않다. 앞으로 괴물처럼 거대해져버린 자본을 앞세운 신자유주의나 민주주의가 어떤 변화를 맞을지 혹은 지젝의 바람처럼 새로운 정치를 품은 공산주의가 등장하든 어쨌든 우린 바이러스에 맞서 단절과 봉쇄가 아닌 함께 이겨내리라는 연대의 중요함을 생각한다면 '새로운 기준'은 반드시 인류를 기반으로 재생산되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두목이 읽어드립니다. www.podty.me/episode/15281477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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