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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사회/환경] 탄소 사회의 종말 - 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팬데믹을 읽다

by 두목의진심 2020.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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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일었던 궁금증, 탄소와 인권이 뭔 상관이래?였는데 그 역시 시작은 같은 생각이었다는 게 호기심이 증폭됐다. 이 궁금증의 끝을 그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도대체 왜 인권 쪽에서 기후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가?" p4

 

이 책은 그동안 환경 문제와 관련한 책들을 읽어 온, 예를 들면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의 <2050년 거주불능 지구>나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우리가 날씨다>, 바르바라 무라카의 <굿 라이프> 또 볼드저널 No16 같은 책들 속에는 '알면서 바꾸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나도 그렇고.

 

 

이 책은 그런 책들을 집대성해놓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이 두껍디두꺼운 환경 교재 혹은 잘 연구된 논문처럼 보이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멸종을 선택하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면 말이다.

 

 

사실 팬데믹이 몰아닥친 2020년은 멈추지 말아야 하는 소외계층의 돌봄마저 멈춰 세웠다. 복지시설들이 감염 경로가 되지 않기 위해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덩달아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고 복지관 문을 걸었다. 그 여파는 소외계층은 지역사회에서 아예 보이지 않는 존재로까지 배제됐다.

 

코호트나 자가격리가 아니더라도 찜통더위에 다닥다닥 붙은 쪽방촌의 거리두기는 비자발적 자가격리를 강요하는 것이었고 환기와 냉방이 되지 않는 주거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을지 모른다. 또 일용한 양식이나 생필품 등을 전달되어야 하는 일에 그들이 오지 못하니 그들에게 가야 하는 사회복지사의 거리두기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정도만 봐도 환경을 인권 측면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선명해진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심각한 상황과 그런 상황을 초래한 원인 또 그로 인한 예측 가능 혹은 불가능한 변화에 대한 진지한 성토에 대해 많은 지면에 할애해 독자에게 너무 겁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신 번쩍 날 정도로 위기의식을 갖게 되기도 한다.

 

실제적 현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한 차이를 설명한 '상상의 대중'과 '실제의 대중' 사이의 간극은 쉽게 이해되면서 그가 보여준 통찰이 어떻게 인간화와 연결되는지 수긍하게 된다. 늘 인권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는 주제인 지배와 피지배 계층의 문제를 이런 기후 변화의 초래한 서구 열강들의 비서구(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착취에 따른 환경 변화 이야기로 다시 한번 지적한다. 제국주의의 횡포는 이미 아는 사실임에도 심기가 불편해진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는 파리협정에도 아예 손을 떼지 않았던가!

 

사실 국제적으로 '기후 깡패'라고 취급받는 한국 입장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해 정치적으로 논할 건덕지도 없다. 다만 더 늦지 않은 시기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동의하고 촉구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카페 한 곳에서만도 하루에 나오는 플라스틱 양만 해도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착한 인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사람들이 바뀔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p156

 

저자가 정리해 놓은 기후 위기 하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여러 권리 침해를 차례차례 읽으면서 공감이 된다기보다 살짝 "이런 것까지?" 정도의 느낌이었다. 반면 이런 기후 위기에 인권이 침해되는 집단 분류에 대한 내용은 아주 격하게 수긍된다. 그중 장애인이 있다는 것은 더구나 그랬다.

 

 

"장애인은 기후 위기가 심해지면 건강상 영향을 받기 쉽고, 기존의 건강 불평등 및 의료 불평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 안전한 주거 조건을 갖추기 위한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경우도 많다." p182

 

이 책은 다섯 가지의 질문 형태로 포괄적 기후변화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무엇이 위기고, 누구의 책임이며, 왜 인권의 문제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인사이트를 나누고 있다. 적지 않은 두께, 쉽지 않은 통계적 지표 속 숫자들. 그리고 두려움을 동반한 위기의식은 이 책이 난이도 높은 논문 수준으로 읽힐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도 서두에 밝혔다시피 환경 문제를 인식하지만 행동을 주저하는 사람을 비롯한 보통의 연대 의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 볼 가치 있으며, 주목할만것은 학자로서 위험을 경고하는 입장이 아닌 대응을 위한 전환적 방향을 적극적으로 제언하면서 독자에게 역설적 질문을 던지며 연대를 촉구하는 듯하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떻게 할 텐가?"

 

솔직히 환경 문제는 언제나 섬뜩한 화두다. 그럼에도 이렇게 직설적으로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인권 침해를 다룬 책은 없지 않았을까. 어렵지만 후회 없이 몰입한 시간이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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