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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역사/세계사] 바이러스전쟁 - 세계 역사와 지도를 바꾼, 장티푸스, 말라리아, 페스트, 콜레라, 스페인독감, 코로나19까지

by 두목의진심 2020.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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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비장함이 느껴지는 제목과 다르게 표지 디자인이 다소 난해해 흥미를 끌지 못해 내용도 그저 코로나 팬데믹에 편승해 이런저런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했다. 정말 미안했다. 이 책의 진가를 몰라봐도 너무 몰라봤다.

 

세계사를 전공한 저자의 내공에서 뿜어지는 역사 이야기는 앉은 자리에서 책장을 덮어버릴 만큼 맛깔났다. 2007년 개봉한 '300'의 명장면이 고스란히 펼쳐지게 만들면서 제라드 버틀러의 '스파르타'의 외침이 여전히 귀청을 우렁차게 울리게 한다. 그런 아테네의 궤멸이 공화정의 부패가 아니라 장티푸스 때문이라니 이런 영화에는 없는 얘기들이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읽지 않으면 모른다.

 

또 그리스 내부의 실업 대책으로 페르시아 침략을 권장하고 결국 그 어려운 일을 해냈던 알렉산더 대왕이 말라리아에 죽었으며, 아프리카를 탐내는 유럽 열강들의 제국주의 공세를 막아내던 말라리아를 한 화학자가 치료 약을 개발하자마자 아프리카는 대륙과 원주민을 내주어야 했다는 사실은 씁쓸하지만 역사 이야기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페스트는 창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고, 그 후로도 수십 년 동안 계속 발생했다가 사라지고 다시 발생하기를 반복했다." p86

 

초기 코로나 팬데믹이 유행하기 시작하고 전 세계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때 증상이 페스트와 유사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증상도 증상이거니와 코로나19는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잠잠해졌다 다시 유행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 역시 페스트와 유사하다는 이유다.

 

좀 신선하달까 아니면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중국 원나라를 통해 유럽으로 퍼져 나가는 페스트를 막기 위한 방편이 교역로를 폐쇄하는 것이었고, 1천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런 방법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세계는 왜 그때 알았던 것을 늦게 대응하면서 엄청난 타격을 입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바이러스는 어찌 보면 영토 전쟁이나 종교 전쟁 혹은 왕조의 전복 과정에서 어처구니없게도 만들어진 비자발적 인구 조절의 역할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21세기인 현재도 갑작스러운 바이러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이겨내는 방안을 영국이나 스웨덴은 공개적으로 집단면역을 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인구 조절 야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다니 말세는 말세다.

 

세상을 변화 시켰던 8개의 바이러스를 통해 역사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한편으로 역사를 통해 접근한 바이러스 이야기는 그다지 두려운 존재로 인식된다기보다 결국 인간은 이 팬데믹을 넘어설 것이라 생각이 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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