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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자기계발/기획] 기획자의 습관 - 스치는 일상을 빛나는 생각으로 바꾸는 10가지 비밀

by 두목의진심 202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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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합해 보자면, '기획엔 정석이 없고, 그리하여 디자인이 된다.'라는 걸까? 이 책 내게 분명 쉽지 않은 의미가 될 것 같다. 일상의 모든 것, 그러니까 일어나고 씻고 밥 먹고 학교 가고 출근하는, 그렇게 존재를 통해 벌이는 모든 행위 자체는 우리가 '기획'하는 것이라는 기획자의 말은 쉽게 공감되진 않지만 이해는 된다. 그게 되려 혼란스럽다.

 기획이라는 일이 거창한 경제 활동을 움직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던 터라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기획을 덧씌우는 것이 겸손을 가장한 잘난 척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게다가 이 사람, 글을 너무 잘 쓰지 않는가.

"그러한 습관이 반복되면, 우리는 일체의 반복되는 억압의 조건들을 극복해 '살아 움직여야 한다'라는 당위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생활生活'은 '살아 움직인다.'" p33

니체는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 목구멍을 물고 늘어지는 뱀의 대가리를 물어뜯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양치기를 통해 '생을 억누르는 필연적 조건을 극복한 양치기는 더 이상 그전의 양치기가 아니다'라는 존재성을 이야기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소름이 돋았다. 사실 그동안 별의별 행동 변화에 대한 친절한 조언을 하는 책들을 읽어 왔음에도 이 책처럼 철학자의 고상한 이야기까지 에둘러 표현하는데도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아 혼미해진 적은 없었다. 기획은 좀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일이라는, 결국 '행동'해야 하는 것을 깨닫는다.

 

 

단순하게 기획을 기획=홍보=마케팅을 등치 시켜 너무 평면적으로 생각하고, 이 책도 그러한 책쯤으로 여겼으며 난 그 안에서 '잘'할 수 있는 테크닉을 배워볼까 했다. 근데 이 책은 그런 기술 류의 책이 아니다. 철학 책이다. 그것도 기가 막힌.

사람들의 행동양식, 인식과 시선 등 일상에 스치듯 지나치는 관찰과 관심이 경계가 큰 궤적의 차이를 만든다는 차이를 명확히 하고 있으며, 동서양을 넘나드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는, 앞서 적기도 했지만 저자의 필력도 만렙에 가까워 아주 뻑이 간다. 바로 앞에서 그의 강의를 듣는 듯하고 심지어 집중하게 된다. 맛도 서비스도 아닌 사진 한 컷이 핫 플레이스의 비밀을 풀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남자는 운전석에 앉아 보고, 여자는 보조석이나 뒷자리 상석에 앉아 본다. 중요한 것은 남자는 핸들링이고 여자는 승차감이다. 차는 남자의 소유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구매력은 남자가 아닌 여자다! 아담과 이브 때부터 결정된 이 구매력의 비밀을 비로소 알게 됐다. 세상은 여자를 이해하는 자의 몫이 분명하다.

그렇다. 아무리 듣고, 보고, 배우고, 논의를 하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정리가 되지 못하면 모든 건 허사다. 그래서 대부분의 워크숍이나 세미나는 휘발되나 보다. 기막힌 지적이다. 철학적인 이야기로만 채워질 것 같던 내용은 좀 더 폭넓은 현실 세계로 내려와 자신의 경험을 살린 실무적인 이야기도 담아 독자로 하여금 보다 실무적 간접 경험도 느끼게 한다.

"모든 독서를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으려는 태도는 완독 콤플렉스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모든 책들이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을 만큼 대단하지도 않다. 책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그것이 독서를 즐겁게 만드는 첫걸음이다." p156

그나마 내가 오십 줄에 앉아서 발견한 재능이 독서다. 정말이지 공부가 아닌 독서의 맛은 알기만 하면 그 어떤 중독에 뒤지지 않을 정도라 생각될 정도다. 한데 저자가 장자를 내세워 독서론을 펼치는데 그 내용으로 보자면 씁쓸하게도 나는 "많이 읽으면 뭐 하나?"에 해당한다. 게다가 밥숟가락을 놓자마자 아내와 아이들을 팽개치고 책을 보는 몰염치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는 터라 어찌나 민망하던지 순간 아내 눈치를 봤다.

여하튼 이런 다독보다 정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분명 옳다. 책은 많이 읽도 정리되지 않고 기억에 담아 두지 못해 사유와 성장이 없다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화는 잘난 척의 수단이 아니다. 상대와 경쟁하듯 대화하지 말자." p178

이 책은 기획자 전지적 시점에서 쓴 기획의 A에서 Z 까지를 다룬 책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기획을 궁금해하거나 하고 싶다면 꼭 읽어 볼 만한 책들 중에 손에 꼽을만하다고 확신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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