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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예술/미술] 그림 속 여자가 말하다 - 여인의 초상화 속 숨겨진 이야기

by 두목의진심 2020.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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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말 그대로 표지 속 여인은 숲이 우거진 냇가 혹은 저수지, 그래 추축한 느낌의 저수지가 더 어울릴 듯하다. 여하튼 반쯤 잠긴 몸에 눈은 멍하게 뜬 채로 그러니까 죽은 건지 아니면 살아 있던지 분간이 안되는 얼굴이지만 붉은 입술을 한 입은 할 말이 많은 듯 반쯤 벌어져 있다. 그리고 손에는 방금까지 들려 있었을 꽃다발이 흘려지고 있다. 도대체 누굴 만났을까? 연인? 불륜 상대? 원자폭탄만큼이나 거대한 궁금함이 터진다.

 

표지 하나만으로 이럴진대 책이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 이 책은 '2020 우수 출판 콘텐츠' 선정작이기도 하다. 예술적 사조나 화풍 같은 것은 1도 모르는 주제로 학창 시절 교과서에 등장하는 예술가도 듬성듬성 기억하던 부류라 저자의 폭넓고 박학다식한 예술 세계는 블랙홀처럼 깊어 읽다 보면 그림에 대한 조예도 그렇거니와 필력도 남다른 저자의 그림과 화가에 대한 스토리는 숨을 멎게 만들 정도로 빠져들게 된다.

 

책 속에 펼쳐지는 그림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쩌면 저자의 해설과는 별개로 나름의 해석하려 애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대견하달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림들이 즐비한데다가 저자의 이야기에 앞서 먼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한데 사실 수준이랄 것도 없지만 내 수준에서는 아름답다거나 매혹적이라거나 그도 아니면 해석하기조차 어려운 그림들임에는 틀림없다. 그중 다빈치의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은 순수한 여인의 얼굴이 아닌 담비의 근육질 앞발이나 곧 담비의 목을 조를 것 같은 기괴할 정도로 길고 큼지막한 여인의 손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도대체 저자는 어떤 해설을 들려줄까 싶었다. 읽어 보시라 감탄이 절로 난다. 역시 저자는 저자다.

 

"자의식이란 성별이나 신분 따위의 외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한 인간이 직접적인 성찰에 의해 구축된 내면세계를 말한다." p112

 

섬뜩하지만 이해되는 아르테미시아의 복수혈전은 500년이나 지난 지금도 나아진 게 그다지 없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분통이 터진다. 그가 앞세운 유디트의 그림들은 소름 돋을 정도로 잔인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잔혹해서 보는 이의 가슴이 더 저릿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표지 속 여인은 다름 아닌 햄릿의 연인이었던 오필리아였고, 장면의 배경을 알고 보니 그로테스크가 아닌 처연하게 느껴진다. 아, 햄릿 너는 어찌하여!

 

여성의 '초상'이라는 주제를 통해 들려주는 저자의 미술사적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그림에서 터치라든가 색감, 구도, 빛 따위의 보이는 것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한 감상에 대한 격을 높여준다. 여러 화가의 여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시라. 후회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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