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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역사] 골목길 역사 산책-개항도시 편

by 두목의진심 2018.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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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골목길 역사 산책-서울 편>에 이어 <골목길 역사 산책-개항도시 편>를 읽는다. 한데 개항도시 편은 골목을 걷는다는 낭만적인 느낌보다는 근대화를 겪는 동안 등장하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한다는 느낌이다.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라는 시대적 상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사와 얽힌 종교와 외국 선교사들까지 밀도 있게 그려진다.

그리고 일제 치하에서 겪어야 했던 민족적 아픔에 가슴이 많이 욱신거린다. 게다가 분노까지 치민다. 개항도시. 부산, 인천, 광주 양림동, 순천, 목포를 걷는다.


그중 부산이 먼저다. '장기려'라는 인물을 알게 됐다. 바보라 불리는 사람.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깊이를 지닌 사람이다. 또 한 사람. 정치적 식견이 깊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인물도 나온다. 득보다 실이 훨씬 많았던 인물이란 생각이다. 비정규직을 시작하게 만든 사람. 어쨌거나 부산을 걷는다.

맛집은 정해진 곳이 아니라 본인의 입맛에 맞으면 그곳이 맛집이라고 나름 터득한 터라 남들 맛집 맛에 공감한 적이 별로 없는데 '황산밀냉면'은 꼭 먹어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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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편, 아니 제물포 편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러나 오랜 전쟁과 식민 그리고 분단을 통해서도 우리는 깨닫지 못한다. 러시아는 인천에서 저희 전쟁을 기념한다. 우리는 인천 앞바다에서 보물 찾기에 열을 올린다." p112



소풍에서나 하던 보물 찾기를 여전히 인천 앞바다에서 하고 있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또 '풍도해전'의 시작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일본은 1882년 제물포 앞바다 월미도에 석탄 창고를 만든다. 조선 조정에 땅을 빌린 것이 아니고 그냥 만든다. 조선 땅이 일본 땅이나 되는 것처럼 마음대로 행동한다." p114


무지렁이 일본 놈들이야 그렇다 쳐도 두 눈 뻔히 뜨고 백성의 땅을 뺏긴 무능한 조선 관리 놈들에게 더 화가 난다. 이후 중국 놈, 영국 놈들에게 차례차례 땅을 떼줬다고 생각하니 그 임금 놈 때문에 더욱 화가 분기탱천한다.

인천상륙작전이 이리도 가슴 아픈 전술이었던가! 맥아더야말로 개자식이 아닌가. 네이팜탄에 불타 죽고 도저 전차에 생매장된 월미도 주민들의 원한이 이 무더운 삼복더위에 서늘하다. 반면 짜장면의 에피소드는 절로 미소를 머금게 된다. 춘장에 캐러멜이라니. 얼마나 창의적인 레시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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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생소한 광주 양림동 편

개항 도시인데 광주가 바다와 인접해 있던가? 생소한 양림동을 걷는다. 나환자의 아버지로 불렸다는 오방 최흥동 역시 생소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생소함과는 다르게 파란만장한 인생사가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 뭉클하다.


여수 편, 이제 꽃길만 걸으라.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곳. 여수. 그것도 붉디붉은 홍매를. 근대화를 거치는 동안 좌파니 우파니 신탁이니 반탁이니 여러 가지 정치와 이념의 소용돌이에 고난 하기만 했던 여수 시민들의 고달픈 삶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런 거리를 걷는다. 여순사건은 시대가 낳은 비극이었다. 사상과 이념의 갈등이 빚어낸 아픔이었고 그 중심에 순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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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탈의 현장 목포 편

주민이 600여 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 일제 수탈의 도시가 된 목포는 그야말로 '목포의 눈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공생원을 비롯해 인간에 대한 따뜻함을 잃지 않은 도시다.

이 다섯 도시는 가보지는 않았지만 익숙한 도시로 느껴질 만큼 개항도시 편은 흥미롭다. 하지만 근대화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민족이 겪어야 했던 시대적 상황을 풀어내자니 저자 개인적인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는 게 조금 아쉽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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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2, 둘째 줄, 오타:  내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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