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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심리/에세이] 이제 나를 안아줘야 할 시간 -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by 두목의진심 2018.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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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중간쯤 왔다면'이란 부제가 마음을 흔들었다. 백세 시대라고들 하니 그렇게 본다면 나 역시 딱 중간쯤 온 거라서 그냥 지나쳐지지 않은 제목이었다. 지나온 시간보다 앞으로 남은 절반이 불안함을 넘어 두렵기까지 한마음을 좀 덜어질까 싶어서.

한데 <들어가기 전에>를 읽다가 이 책이 나에게 위로가 될까 싶었다. 저자는 이미 딸을 출가시키고 늦은 나이에 유학을 결정할 정도의 '안정감'이 있다니 잠시 멈추고 곱씹는다.

"반복되는 일상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재의 안정된 삶에 안주하기를 바라면서도 어디선가 변화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p5

맞다.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가슴 한쪽에 구겨놓았던 '꿈'이란 녀석도 꿈틀 대기도 하고 지금 자리에서 한 단계 올라서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박차고 판을 뒤집을 순 없다. 융자와 대출을 갚아야 하고 아이들의 뒷바라지는 아직 끝날 기미조차 없다. 반복되는 일상이 어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줄 수 있을까. 저자와 나는 '판' 자체가 틀리지 않는가.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이제 나를 안아줘야 할 시간>은 어쩌면 "나이 쉰쯤 되면 작지만 40평쯤 되는 집 하나와 통장에 수억은 있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작부터 마음이 꼬였다.

하지만 책장을 다 덮고 나니 이 책은 20, 30대의 질주를 넘어 흔들리는 시기를 맞이하게 되는 40대를 중점적으로 삶의 방향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불안하고 흔들리는 인생에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어깨에 손을 얹어 주는 느낌이다.


"투명인간들은 타인의 인정 같은 외적 보상이 아니라 일 자체의 가치에서 내적 동기를 부여받는다." p53

나는 이일 저 일하다가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료는 대부분 띠동갑이나 스무 살 정도는 나이 차이가 난다. 상사 역시 관장님을 제외하면 나보다 한참 어리다. 이처럼 나이 많은 나는 상하관계가 아닌 동료로 조직생활을 해야 한다. 애초에 경쟁 자체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해도 티도 안 나고 알아 주지도 않는다. 그저 '투명인간'의 내적 동기로 만 만족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 살짝 서글프기도 하다.

"성장하지 않는 세포는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소멸되어 버린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p57

사실 대학원을 준비하다가 입이 떡 벌어지는 딸아이의 학원비 소리를 들었을 때 슬그머니 뒤로 미뤘다. 이런 현실에서 저자의 성장에 대한 메시지는 공허하다. 물론 성장이 곧 성공이 아니라는 의미는 알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조직생활에서 또는 그 이후의 삶에서 보다 여유 있는 생활에 필요한 건 역량 강화지 취미 발견은 아니다. 그래서 저자의 말도 뜻도 의미도 다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소시민의 현실은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의미 있는 성장은 언제나 흔들릴 때 찾아온다." p80

아프고 흔들려야 청춘이고, 아파야 성장한다는 가르침이 더 아프다. 나이 오십에 성장통이라니. 이젠 흔들리지 않고 아프고 싶지 않다.

정말 인생이란 저자의 말처럼 '관조觀照'의 자세로 임해야 조금은 수월하다. 자신의 삶이든 타인과의 관계든 '고요한 마음'으로 대하는 자세. 쓰고 보니 무슨 구도자 같은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분명한 건 완벽한 행복은 없고 홀로 사는 세상은 별로다. 그래서 "이런 관조의 자세로 있어야 올 것도 오고, 놓칠 것은 과감히 놓침으로써 인생이 훼손되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라는 저자의 말이 오래 남는다.

"현대인이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건 쉴 수 있는 시간이 없거나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냥 마음이 휴식을 허용할 수 없을 만큼 항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p117

과연 그럴까? 나는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게 내일이 두려워서다. 내일 내 일이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 게다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기계적으로 버티는 일이 된다. 설렘이나 의욕이 없는 데다 지루하기까지 한 일상은 꽤나 어렵다. 불쑥불쑥 솟구치는 '나는 뭘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그만두면 뭘 하나' 싶기도 한 고민 한 보따리가 어깨에 올라타기도 한다. 내일을 위해 쉴 수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그게 월급쟁이의 현실이 아닐까.


"휴식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p125
"관계란 이처럼 절실하고 소중한 것이지만, 관계처럼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도 없다." p176

특히 4장,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읽히지 않았다. '부모' 그것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나는 아버지가 숨이 막히는데 아들에게도 숨이 막힌다. 나도 아버지가 처음이라서 아들의 아버지가 되는 게 힘든 건지도 모른다. 그저 뫼비우스의 띠처럼 풀리지 않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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