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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고전] 인간의 길 - 나를 바로 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by 두목의진심 2018.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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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길> 사마천, 1800년도 더 전에 살았던 양반의 말과 글을 옮겼다. 고전에서 느끼는 케케묵은 종이 냄새(진짜 맡아 본 건 아니다.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따지지 말자.)와 그것에 실린 무게를 좋아한다. 게다가 부제가 '나를 바로 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이다. 문장 하나로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을 인간으로 만드는 게 가당키나 하겠냐마는 그는 그 어려운 걸 해낼지도 모르겠다 싶다. 마늘과 쑥을 먹지 않았음에도 내게서 살짝 인간 냄새가 나는 듯하다.


"옳은 길은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 p18

역시 시작부터 마음을 흔드는 문장을 만난다. "모두가 '아니오'라고 대답할 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TV 광고가 그랬다. 그런데 여러 심리 실험에서도 밝혀졌지만 이러면 미움받거나 애초에 마음이 흔들려 남들 이야기에 덩달아 '아니오'라고 외치는 게 인간이다. 그런데 '정의'를 위해 모난 돌처럼 정을 맞아도 옳은 길을 가야 그게 인간의 길이 아니겠냐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삶에는 자신의 빛을 감춘 채 보이지 않게 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韬光养晦의 시기도 꼭 필요하다." p34

답답하다. 명예나 성공을 노리는 것도 아닌데 때를 기다리며 빛을 감추기만 하는 나는 이제 더 이상 빛이 나질 않으니 어쩌란 말인지. 하기야 그렇다고 실력을 기르는 것도 아니니 그저 허송세월일지도.


"하늘을 보려면 고개를 젖혀야 하고, 땅을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 하지 않는가?" p82

<고목후주枯木朽株>, 은퇴라는 낯선 말을 입에 오르내리는 시기이다 보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나 역시 그저 죽은 나무와 썩은 그루터기로 잘려 나가지 않고 상생의 길을 도모할 수 있을까 숙고하게 된다.

"인간은 대개 칭찬의 말을 듣기 좋아한다. 하지만 어찌 된 노릇인지 비방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곤 한다. 이것이 바로 인성의 약점이다." p178

<적훼소골積毁銷骨>을 읽다가 문장에 눈이 박혀 한참을 머물렀다. 살면서 딱히 좋은 말보다 소위 험담을 더 많이 하며 살아온 탓이 아닐까 싶다. "여러 사람의 헐뜯음은 뼈도 깎는다"라는 말이 무겁게 느껴진다. 여럿이 작당해서 한 사람을 바보 혹은 범죄자로 만드는 세상에서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이다. 정치판이나 세상 곳곳에서 펼쳐지는 부당한 일과 그에 따른 여론 조작이 가볍지 않은 이유다.

어쨌거나 적훼소골을 반석 삼아 이젠 회사에서 입 닥치고 조용히 도광양회의 시기를 살아야 할까 보다. 이 책은 진시황 이후 정국의 혼란한 틈을 타 유방과 항우가 세를 넓히던 시기의 사마천의 집필한 <사기史記>를 토대로 주옥같은 문장들을 모아 쉽게 풀어 냈다. 낯익은 이름들과 얽힌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중심에 내가 있다.

지척지지(咫尺之地, 손 닿을 가까운 거리)에 두고 아껴야 할 책이다. 그나저나 요즘 내 마음을 한신의 책사 괴통이 대변한다.

"근심은 욕심이 많아서 생겨나고,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 나는 욕심이 많은 것이냐,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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