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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심리]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by 두목의진심 2018.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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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는 저자가 정신의로서 임상을 통해 얻은 다양한 심리 처방을 담은 책이다. 한동안, 어쩌면 지금도 가라앉지 않은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바탕으로 가볍게 읽으며 스스로의 마음 챙김을 할 수 있게 한다.

'들어가며'를 읽으며 내가 아주 뛰어난 부류의 인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사람이 살면서 큰일을 당하는 사람 중 80%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와 생활을 하고 10%는 우울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나머지 10%는 오히려 정신적 성숙을 경험한다'라고 하고 있다. 현대인에게는 이런 회복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신적 성숙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회복탄력성 하나는 타고났다. 유도를 전공했던 내가 벼락같은 사고로 목이 부러져 장애인이 되었다. 로봇처럼 힘겹게 걷던 내게 "나한테 수술받으면 얕은 산 정도는 오르내릴 수 있어."라는 'ㅂ'병원의 족부클리닉 명의라 소문이 자자했던 의사의 말에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수술 후 나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3개월이 넘도록 침대와 혼연일체가 되기도 했었다. 그렇게 장애인을 더 장애인스럽게 만들어 버린 의사는 내게 그랬다. "나는 수술 잘해놨는데 이상하네. 다시 열어 볼까?" 똥을 밟아도 아주 드러운 똥을 밟았다 생각하고 이를 악물고 다시 재활에 매달렸다. 그놈의 회복탄력성이 거침없이 작동되어 그럭저럭 잘 지낸다. 휠체어를 타긴 하지만.

한데 저가가 말한 공통점 두 가지는 이상하게 내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난 긍정보다 부정적인 면이 좀 많다. 그리고 별로 감사하는 태도나 겸손도 낮다. 이건 그냥 내가 이상한 거로.

"열정에는 분출과 전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지혜로운 후퇴나 절제도 필요하다." p32

1장에서 저자는 무기력을 벗어나는 방법은 그저 '시작'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시작을 했다면 단순하게 희망적인 생각으로 머리를 가득 채우는 것은 좋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한다. 근데 그 시작이 어렵지 않나? 역시 난 부정적이다.


"진짜 바닥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때야말로 포기하면 안 된다." p72

바닥을 치면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는 말은 고리타분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오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더 이상 내려가진 않는다는 것이 위안이 될지 모르겠다.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는 것, 이젠 그대로 있어도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건 희망고문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 내용 중에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끼리의 모임보다는 반대되는 사람과의 모임이 정신 건강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라는 이야기를 읽으며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아픔에 공감해주는 여러 환우 모임을 참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대략 난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같은 아픔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설사 같은 아픔을 겪는다 하더라도 나타나는 증상은 천지차이일 수 있으니 말이다. 같은 장애라도 사람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은 진짜 많이 다르다.

이 책의 백미는 다름 아닌 '그건 내 알 바 아니오'라고 말해야 할 때와 '좀 더 이기적으로 살아도 돼'라는 말의 진실이 결국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이 아닌 '나'를 외칠 때 비로소 행복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화를 겪으며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만 하는 처지이므로 타인에게 '착한'사람이 되려는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야기되는 스트레스는 가히 메가톤 급이지 않은가. 이 점에 저자는 '인생에 주인으로 사는 것'과 '이기적으로 사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강조한다.


"감정의 무한 루프를 주의해야 한다." p226

나 역시 운전대만 잡으면 분노조절 장애를 겪는 사람처럼 타인의 행동에 내 감정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고성과 욕설로 일순간 차 안에 있는 가족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는 한다. 일전에 가족 나들이를 가는 도중 갑자기 끼어든 차량을 향해 심한 말을 쏟아내는 내 말 끝에 어린 아들이 뒷자리에서 개 어쩌고 하는 욕설을 하는 통에 깜짝 놀랐다.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웠어? 그런 말을 하면 안 돼"라고 했더니 "그럼 그런 말은 아빠만 하는 말이야?"라고 아들이 되묻는 통에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차 안에서 분노가 치민다고 욕설과 저주를 쏟아내 봤자 같이 타고 있는 사람들의 기분만 불쾌해질 뿐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분노 식히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이 책은 무기력에서 불안, 고통, 우울, 분노 등 현대인이 겪는 다양한 감정적 어려움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처방을 해주고 있어 마음 챙김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숨을 고르는 시간이 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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