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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인류] 던바의 수 - 진화심리학이 밝히는 관계의 메커니즘

by 두목의진심 2018.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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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바의 수>는 SNS를 통한 인간관계의 확장성에 주목한 이론으로 유명세를 치렀었다. 개인으로부터 5명만 거치면 아는 사람이 나타난다는 놀라운 가설의 이론이다. 나처럼 인간관계 확장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있지만 필요에 의해 혹은 주체할 수 없는 오지랖으로 인간관계가 넓어지는 사람도 있다는 걸 감안한다면 이 가설은 놀랍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비밀을 풀어 줄 수 '던바의 수'는 21개의 꼭지 중 하나일 뿐이고 다윈의 '종의 기원'을 바탕으로 진화론부터 나아가 영장류의 가장 정점에 있는 인간의 유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심도 있는 주장과 가설이 담겨있다. 약간의 과장을 섞는다면 인류의 위대한 비밀이 어디에서 오는지 '서문'만 읽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런 흥미로운 주제를 풀어나가는데 가장 선두에 놓은 주제의 제목부터 후끈하다. 다름 아닌 '일부일처의 위험'이다. 역시 일부다처가 안전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남성 독자들을 순간식에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인간이 생존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기본적인 이유와 방식을 그동안의 연구 데이터를 토대로 적절하면서 재미있게 풀어쓰고 있다. 특히 요즘 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열중하는 SNS의 인맥을 '던바의 수'를 이야기한다. 인간은 사회적 공간이나 인지적 한계를 갖는다는 점에서 150명, 최대 200명을 넘지 않는다는 가설을 세운다. 이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개인의 친밀도에 따라 30, 50, 150명씩 구분할 수 있다니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목록을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꽤나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유전자의 광범위하고 흥미로운 설명은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속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게다가 핵가족을 넘어 원자 가족이 되어가는 현대 가족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실 요 근래는 가족의 의미를 '피'보다 '밥'으로 이야기하지 않는가. 가족이란 피를 나눈 혈연에 집착하는 게 아닌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식구'로 가족의 의미를 재구성하려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 또한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는 결국 "'피'는 '물'보다 '밥'보다 진하다"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인류학 책이라 해도 믿을 만큼 인간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는 가히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자세하고 깊다. 특히 종에 대한 연구와 성에 대한 부분은 인상적이다. 진화에 대한 설명에 "짝을 찾지 못하는 남성은 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로 등장할 것이라는 주장은 재미있으면서도 어쩌면 조만간 우리에게도 닥칠 일이라는 점에서 우려되기도 한다. 대한민국도 중국 못지않게 남아 선호 사상으로 지금 아동의 성비가 맞지 않다고 하지 않은가.



"지구의 동물에게 일어난 이 같은 급격한 변화는 5억 년 지구 역사에서 발생한 다섯 번째 대규모 멸종이었다. 대규모 멸종은 일반적으로 6500년을 주기로 발생하는 듯하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규모 멸종이 일어날 때마다 모든 동물 중 약 70~80퍼센트에 해당하는 종이 사라졌다." p169, 사라지고 있는 형제들


현생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한 수많은 종들에 인류가 끼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과거 최소 3종 이상의 인류가 있었고 이들 상호 간의 우열로 인한 정복전쟁이 결국 인류가 하나의 종만 살아남게 된 이유라고 밝힌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의 내용이 겹쳐진다. 인류는 다른 종에서가 아닌 스스로의 종말을 초래하고 있다는 저자의 경고는 그래서 무섭다.

고릴라, 침팬지와 오랑우탄 그리고 인간의 유전자의 유사성에서부터 남성과 여성의 번식에 관한 입장 차이를 비롯 다양한 진화론을 곁들인 훌륭한 인류학 총서 한 권을 읽은 듯하다.


"세상에서 실제 존재하는 방식을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는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지각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참신한 생각을 떠올릴 수 없다.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기억하지 못한 채, 과거의 사실들과 전혀 무관한 새로운 생각을 창조하는 것은 제아무리 천재라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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