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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 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by 두목의진심 2018.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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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가진 의사는 없어도, 이 병원에서는 기적이 일어납니다."라며 현직 의사가 전하는 가슴 뭉클한 치유의 세계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의 카르테>라는 소설이 이상한 의사, 다시 만난 친구, 시간의 풍경, 새로운 시작이란 4가지 에피소드로 출간되었다.  


1편의 부제가 '이상한 의사'다. 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옆에 끼고 의국에서 피곤에 절어 잠이 드는 의사. 근데 괴짜 의사라 불린다. 근데 괴팍한 성질이지만 신의 영역에 들어간 뛰어난 의술과 지상에서 병마에 신음하는 인간들에 대한 애정으로 휩싸인, 그리고 거친 원두를 그라인더로 직접 힘차게 돌린 후 무심하게 물을 내리고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커피를 마시던 '낭만 닥터'의 김사부와 묘하게 이미지가 겹쳐진다. 책을 읽는 건지 드라마를 보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몰입감 넘치는 소설이다. 너무 재밌고 감탄할 만하다.

현직 의사의 해박한 의료적 식견이 1인칭 주인공 시점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소설이 맞을까? 너무 자연스러워 그냥 에세이처럼 리얼하다.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하는 의사와 그저 휴머니티로 무장하고 감수성 터지는 의사 사이를 오가는 자전적 에세이 같다. 말 그대로 드라마틱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다음 편을 기다린다는 게 고문일정도다.

1편 '이상한 의사'의 한 문장을 꼽으라면 이 문장이어야 하지 않을까.


"다음 외래는 언제가 좋을까요?"


곧 죽는다는 사형선고를 낯선 의사에게 뜬금없이 받은 노구의 아즈미가 자신에게 돌아오고 싶다는 간절함을 보이자 어떤 방법으로 위로해야 할지 몰라 그저 손을 쥐여주며 뜬금없이 말해버리는 이 장면이야말로 이치토의 진면목이 아닐까. 그의 병원은 따뜻하다.




"마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여기저기 방황한 끝에 발견한 가케코미데라 같은 모습이 확실히 있다. 하지만 가케코미데라와 크게 다른 점은, 찾아온 이들이 결코 세상을 비관하며 출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난파를 두려워해 외딴섬에 틀어박히지 않는다. 살기 힘든 세상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몇 번이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다. 그런 요령이 부족한 사람들을 기인이라며 수군거리는 것은 인생의 어려움을 실감한 적이 없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망언이다. 이는 온다케소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자부심이라고 해도 좋다." p120, 멈추지 않는 비는 없다

또 그의 인생 자체가 성공이나 세상의 흐름을 좇는 삶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그저 그걸로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따뜻한 타인의 미소에 위로받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도 그렇게 타인을 위로한다. 너무 좋다. 팍팍한 어제와 오늘이 내일부터는 달라질 것처럼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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