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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그림/에세이] 잠시 주춤, 하겠습니다 - 나를 위한 위로 한 알 삼키기

by 두목의진심 2018.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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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는 순간, "그래 팍팍한 현실에 죽자 사자 달리는 사람들 밖에 없는 세상에 잠시 '주춤'하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책은 한 템포 숨을 고르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준다.

내 로망인 그림에세이다. 책장을 넘기자 달리는 아가씨가 나오더니 잠시 주춤, 그리고 안 보이던 꽃이 보인다. 마음이 쓱 열린다. 잠시 멈추고 제목을 다시 봤다. <잠시 주춤, 하겠습니다>가 아니고 <잠시 주춤, ____ 하겠습니다>다. 아직 메꾸지 못한, 할 일을 끝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것 같은 제목. 저 빈칸에 뭘 채워 넣을지 순간 고민한다. 


난 '잠시 주춤'하게 되면 뭘 해야 할까?


그녀의 독백이 잔잔하면서도 느리게 가슴을 파고든다. 고된 직장 생활로 신호등만 보며 살았다는, 그 너머에 늘 다른 모습의 구름이 있었다는 것을 놓치고 살았다는 그녀의 말에 울컥한다. 나 역시 신호등만 보며 살았고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하는 삶이 그렇게 만든다.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 떠있는 구름은 어제와 다른 새로운 모습일까.

"길을 걷다가 푹. 노래를 듣다가 고개를 푹. 운전을 하다가 고개를 푹."
"지금은 길을 걷다가, 노래를 듣다가, 운전을 하다가 울지 않는다. 눈물 흘릴 만큼 슬프지 않게 되었다."

다행이다. 아직은 크나큰 상실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무릎이 아프시고 심장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디게 뛰어 가쁜 숨을 내쉬셔야 하지만 여전히 엄마가 옆에 계셔 그녀의 슬픔을 알지 못하지만 그녀의 말처럼 1리터의 눈물만큼 1리터의 슬픔이 덜어져 이제는 슬프지 않게 되었다니 괜히 위로가 된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이 있을까? 힘든 건 지금인데... 어쩔 수 없이 지금은 힘들어야 한다는 말이잖아" p190, 시간이 약

타인의 아픔을 위로한답시고 내뱉는 말 중에 손쉽게 하는 말이다. "시간이 약이야" 친구의 이별에도 실직의 좌절에도 그저 입에 발린 말뿐인 위로만 건넨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외로움, 현실의 불안함, 엄마의 부재 등 작가 스스로의 독백이지만 정작 독자는 자신의 감정을 어루만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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