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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사회과학/에세이]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 생계형 마르크스주의자의 유쾌한 자본주의 생존기

by 두목의진심 2018.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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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대에 불량품이 행복하다고?"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게 만드는 책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를 읽는다. 저자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이 땅의 모든 불량품들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써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자뻑이 심한 거 아냐? 싶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잔뜩 새워 읽었다. 스스로 작가 나부랭이라고 하는 이 작가, 공대 출신이다. 자기계발서라 쓰고 에세이라 읽는다.

공대 출신인데 시작부터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풀어 놓는다. 공대 출신이 경제와 철학, 인문학을 넘나들며 본인 인생을 '돈' 따위에 저울질하지 않고 무를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거 참 많이 부러울 따름이다. 난 꼭 전대미문의 재벌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대다수 사람들은 화폐로 교환되지 않는 시간은 낭비이며 쓸데없다는 식으로 취급한다. 요요 거리공연하는 청년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꿈을 가진 21세기 대한민국 청년들은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느 순간 다음과 같은 질문에 부딪힌다. p220




"그래요? 그다음에는요?" 챕터를 읽으며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뻔한 얘기지만 내일 보단 오늘이 더 중요함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적금 깨고 맛난 거 먹고 여행이라도 갈 준비를 할까 보다.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다. 직장인의 비애를 말하면서 앞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여있는 업무와 362일 야근에 시달리는 것 따위가 아닌 방학이 없는 삶이 끔찍했다니. 생각의 차원이 다른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힘들어 죽겠다 죽겠다 하지만 방학은커녕 이틀의 연휴에도 감사할 판이니 '일'하는 삶이 새삼 고단하긴 하다. 직장인의 방학은 퇴살까?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찬양하며 생산과 자본의 공식을 풀어가며 머리 지끈거리게 만드는 이공계의 작가다"라고 생각할 즈음 빵 터지게 만든다. 한참 마르크스 이론으로 머리 어질어질하게 만들더니 은근슬쩍 두루뭉술하게 개인사로 넘어간다. 


"미인에게 마음이 가면 상처만 돌아온다"라니. 재밌다. 한데 어쩌나 나는 미인에게 마음이 갔더니 상처가 아닌 미인이 돌아왔는데. 역시 인상사는 각양각색이다. 어쨌거나 상처 대신 아내가 돼서 돌아온 미인과 카드를 돌려 막으며 다닌 여행과 망고 빙수 이야기는 너무 재밌다.


이 작가 나부랭이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란 책이 궁금해질 정도다. 말 나온 김에 측은지심으로 나도 홍보 한번. 근데 이 작가, 책팔이 소년이 맞긴 맞다. 자기 책 홍보를 해도 너무한다.

성공이란 게 부(돈) 단 한 가지로 판가름 나는 게 아니라고 믿지만 어쨌거나 저자의 말대로 시간을 가진 자가 성공(행복)에 조금은 가깝지 않을까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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