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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에세이] 물 흐르고 꽃은 피네 - 좋은 때를 놓치지 않고 사는 법

by 두목의진심 2017.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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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찰나가 모여 순간을 만들고 그 순간은 잠깐의 욕심을 만든다. <물은 흐르고 꽃은 피네>는 해남 미황사 금강스님이 무심히(내가 느끼는 감정이지만) 툭툭 던져 주시는 듯한 스물 다섯 가지의 깨달음을 담았다. 하루 4만 7천 가지의 생각에 휩싸여 어느 것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빈민과 고민에 애쓰지 말라고 쓰담쓰담 해주시는 듯하다. 저멀리 땅끝마을에서 세상 끝까지 내몰린 지친 이들을 위해 위로의 말씀이  담겼다.

합장을 통해 집중하라는 일심,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고 낮은 마음을 갖게 하는 하심은 마음을 잔잔히 한다. 삶의 깨달음을 얻기 위해 참선 수행을 하는데 이런 수행 역시 빨리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격 있는 스승에게 지도를 받아야 하는 현대의 '빠른' 삶이 왠지 씁쓸하다. 느리고 온전히 삶에 집중하기 위해 하는 참선 아닌가. 우리 좀 느려도 괜찮지 않을까.

"남는 것은 머묾 없는 관세음보살의 보살행을 실천하는 것이다." p 121

저 문장에서 한참을 고민스럽게 멈첬다. 결국 남는 것과 머묾의 차이를 깨닫지 못하는 나의 무지가 고스란히 느껴져 이 아침이 무겁다. 미황사에서 진행되는 7박 8일의 '참사랑의 향기'에 참여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기회가 된다면 기어이 참여해 답을 찾고 싶다.

 


나는 어쩌면 이 책을 읽는 것이 결국 이 "비움'에 관한 지혜를 얻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살면서 그닥 욕심을 내는 게 많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도 그래도 돌아보면 많은 부분이 차고 넘치고 쌓여진다. 그러면서도 비움에는 인색해 오지 않은가. 다소 가벼운 삶을 살고자 비움을 배우려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비움을 얻고자 오히려 지식이나 지혜를 쌓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또 하나의 번민을 쌓았다.

체로금풍(體露金風), 잎이 떨어지니 나무 본래의 모습이 드러나다.
눈이 번쩍 뜨였다. '나' 를 드러내기 위해 갖가지 포장을 해야 하는 현대의 삶에서 좀 더 멋지고 좀 더 기깔난 포장지를 찾는다. 스님의 가르침은 스펙에 목메여 사는 우리네 삶에 일침이 되지 않은가. 포장지를 걷어내면 비로서 내 본연의 모습이 드러날까?

"사실 가까이서 오거나 멀리서 오거나 모두가 귀한 만남이다. 인연이기 때문이다. 그 만남은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호이기도 하다. 잠시 스처가는 인연이라 하더라도 결코 작은 인연이 아닌 것이다." p180

인연의 소중함이야 모를 일 없건만은 나는 점점 넓히려 하지 않는다. 새로운 만남은 새로울 것 없고 그 만남에서 서로 헤아리는 계산의 관계가 소중함이라기보다 피로한 점이 많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적은 인연으로도 외롭지 않으면 그 삶 역시 나쁘지 않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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