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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교양/심리]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 싸우는 심리학자 김태형의

by 두목의진심 2017.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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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은 박근혜가 탄핵되고 구속되는 시점에 조기 대선이 코앞인 시기에 어찌 보면 의미심장한 책이 아닐 수 없다. 다름 아닌 대한민국 국민은 '선택'의 중요함을 뼈저리게 느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2017년 대권에 도전하는 대표 주자로 주목받는 문재인, 안철수, 이재명, 유승민 후보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주제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이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정치적 관계에 얽힌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미리 밝혀보면 저자가 서문에 밝힌 '정치적 중립성'은 없다. 후보에 대한 저자의 주관적 판단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후보에 대한 편파적인 심리분석이라 생각된다. "나는 그래서 이 후보를 지지한다. 여러분은 어때요?"라고 질문하는 듯한 책이랄까?

 

그럼에도 이 책은 기존 정치의 구조적 부조리와 태생적 문제를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견해로 피력하고 있는데 그의 최순실 국정 농단이 불러온 참혹한 정치적 한계를 관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과 14범의 이명박을 양아치로 치부하는 저자의 통찰은 정말 개운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저자도 이미 서두에 밝혔 듯 수구꼴통들이 판치는 보수 파쇼의 대권주자나 진보의 한 축으로 떠오르는 심상정 후보가 빠졌다는 점은 아쉽다. 그리고 저자의 개인적 사견이 치우친 심리분석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문제인 편 

문제인의 과거가 착한 아이 콤플렉스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정치적 부분이 우유부단하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매번 '대통령의 그릇'이 아니라는 말이 오르내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을까. 과연 문재인이 권력의 정점에 선다면 험난한 정치 생활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욕먹기 싫은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지닌 채로? 그의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애정결핍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처고 이런 상처를 안고 대권에 나서는 것은 여전히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들은 자식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효도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부모가 자식을 자기의 욕구를 실현하는 도구로 간주하는 것이므로 본질에 있어서 은밀한 학대 혹은 친절한 학대이다." p38 

 

이해가 안 된다. 

소통과 화합을 주장하는 문제인의 성향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질문은 상당히 원론적이다. 그의 정치적 신념이 무른 탓도 있겠지만 정치보복을 일삼는 이명박 정권에도 맞서지 않았던 이력은 설명이 안된다. 아니 납득할 수 없다. 저자의 주장처럼 그저 갈등과 반목을 피하기만 하는 요량이라면 과연 국가의 수장으로서의 책무를 잘 할 수 있을까? 과거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경험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심리적 경향이라면 이는 매우 곤란하다. 그를 모두 좋아 할 수 없으며 그에게 매서운 질타를 보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이런 일들을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조심스럽지만 든다. 

 

"지금은 도를 닦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하산한 것도 아니고 어중간하다."라고 말할 문재인 그의 말처럼 그의 정치적 어중간함은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 대략 난감한 대권 주자다. 

 

이재명 편 

이재명 역시 찢어지게, 아니 이미 찢어졌다는 그의 표현대로 심하게 가난했고 그로 인한 우울한 과거사를 지녔다. 저자는 이런 이재명과 비교의 인물로 이명박을 거론하는데 극과 극의 평가다. 이명박은 형편없는 인성을 지닌 그냥 쓰레기일 뿐이다. 이 부분은 내 생각도 같다. 하지만 이재명에게는 훌륭하신 어머님이 계셨고 힘들고 어려웠던 고난의 시기를 잘 넘겼다. 하지만 그가 과연 가난과 폭력으로 얼룩진 과거를 극복하고 상처들로부터 치유의 기적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기는 어렵다. 

 

그는 상당히 다혈질이며 욱하는 성격을 보인다. 나는 그가 성남시청 행사에서 비교적 사소한 실수를 저지른 직원에게 격노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는 주민들을 본다. 이런 모습은 저자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기에 우려스럽다. 

 

"따라서 그가 혹시 라도 개인적인 욕망이나 복수심으로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접어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P 109 

 

계급 의식에 눈 뜬 노동자로서 그가 민중을 배신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저자의 말이 눈에 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특히 국민의 삶과 고통 그리고 기득권 세력의 본질을 이재명보다 더 잘 아는 정치인은 없는 것 같다. 다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정치인들이 독서를 통해 현실을 간접 체험했다면 이재명은 밑바닥 인생을 통과해오며 그것을 직접 체험했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말이다. 또 "그가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하려고 하거나 안전한 길로만 가려고 하는 정치인이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안전한 길을 선호하는 문재인의 정치 편력을 은근 비교하기도 한다. 사실 이재명은 불편한 가족사가 SNS를 통해 세간에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은 쏙 빠졌다.

 

마지막으로 이재명의 한국 사람들의 심리를 표현한 "뭔가 자신감 없고 두려워하는, 많이 많고 자란'이라는 말을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이 있다고 치켜세운다. 글쎄 그럴 수도 있겠다. 그가 노동자 계급의 심리를 오랫동안 경험했고 그를 바탕으로 시민운동을 이끌어 왔다는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대권주자로서의 '권력'이 힘의 논리로 무장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저자의 주관적 견해, 좀 더 표현하면 이미 저자는 이재명을 낙점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호의를 보이고 있다. 객관성을 잃었다. 

 

안철수 편 

'명예욕'이 정치의 기본이 되는 안철수의 과거사 역시 외롭고 고달팠던 것 같다. 저자는 폭력이나 폭언을 쏟아붓는 아버지와 아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교양이 넘치는 어머니여도 정작 아들의 미래를 지지 해주지 않는 분들이었다는 맹점은 결국 안철수를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지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정치를 하려는, 그것도 대통령을 하겠다고 대권에 도전하는 그에게 개인의 명예욕은 그야말로 '독' 이 되지 않을까? 그런 점이 우려스럽지 않을까? 무르고 소심해서 이미 '철수'를 너무 잘해서 믿지 못할 정치인이 라는 소리를 듣는 그가 과연 변했을까? 단지 목소리만 커졌다고 정치적 신념이 강성해 졌을까 싶은 생각도 들긴 한다.

 

유승민 편 

'건강한 반항심이 아닌 건강하지 않은 통제불능의 반항심." 저자는 유승민이 고교시절 형에게 느끼는 열등감에서 비롯된 아버지에 대한 반항을 추후 회사(KDI)에서 쫓겨나고 새누리당 내에서 왕따를 당하다가 결국 쫓겨난 일화를 연결 짓는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엘리트 코스만을 걸어온 그의 이력 치고는 꽤나 흥미롭다. 단순히 무개념이었던 박근혜나 새누리당 수구 꼴통과는 다르게 소신 발언을 한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그의 심리적 기저에 이런 사연이 베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212쪽에서 저자는 '대선과 집단 심리' 를 말하면서 이렇게 지적한다. "개인이 항상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자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듯이, 국민이 항상 자신의 본질적인 요구를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이다.

 

어쩌면 2016년 광장에서 사람들이 너나없이 촛불을 들었던 이유가 박근혜라는 역사에 다시 없을 무능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이었고 그런 결과로 탄핵까지 이어지고 법정 구속된 마당에 할 일 다했다고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우려스러운 저자의 지적과 끌어내리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국민이 자각해야 한다는 생각엔 동의한다.

 

마지막으로 이명박을 두고 한 저자와 프레시안 기자와 나눈 대화는 통쾌하다. 사이다 같이 '톡' 쏘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가. 이명박은 말 그대로 양아치에 쓰레기가 아닌가 말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청소하고 다시 시작한다면, 한국 사회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말이 2017년 대선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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