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역사/세계사] 폭군 이야기-시대를 움직인 뒤틀린 정의

by 두목의진심 2017. 3. 9.
728x90

 

 

"무늬만 민주주의인 체제에서 살면서도 그것이 폭정인 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폭정 행위를 떼어내 인지할 수 있다."

 

이 책, <폭군 이야기>는 저자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과연 폭정은 건설적이거나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라는 것인데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 말은 정의에 위배되지 않은가? 그래서 '뒤틀린 정의'라고 부제를 달았을까? 전 세계가 고도성장을 통해 얻은 대부분의 이익을 국민에게 고루 배분하지 못함으로 심각한 빈부의 격차가 생긴다. 이런 문제로부터 '왕'이건 '리더'건 자질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고대 로마가 천년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왕이 폭정을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펼치려는 자세를 보인다면 좀 너그러운 마음으로 왕의 치세를 지켜볼 정도로 시민은 왕이 개개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했다는 점을 믿었다는 점이다. 이 점이 21세기를 사는 현대 우리가 갖지 못한 리더들의 정신이 아닌가 싶다. 이 시대의 리더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좇기에 여전히 국민은 헐벗고 위태롭다는 것. 이것이 국민으로 하여금 분노케 하는 점이다.

 

<폭군 이야기>는 엄청나고 방대하고 압도적이다. 이런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읽으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기대될 정도로 흥미롭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국가 지도자들의 폭정을 다룬다. 저자는 폭군의 3가지 유형, "전형적"인 폭군은 개인의 부와 명성을, "개혁형" 폭군은 권력을 앞세운 공공의 이익(다양한 시선의 복잡함)을, "영원불멸형" 폭군은 종교적 신념으로 위장한 영속성 왕국을 건설하는 것(근대 이후 IS가 대표적)으로 목적에 따라 분류한다. 그러면서 로마의 네로 황제, 알렉산드로스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루이 14세,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장군,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 스탈린, 히틀러, 마오쩌둥, 폴포트 등의 고대 왕들과 현대의 리더를 거론한다.

 

이들은 모두 한 가지의 귀결점인 "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라고 지적한다. 이 분류에 적용해 보면 대한민국의 근대 이후 2명의 폭군이 떠오른다. 박정희는 개혁형 폭군이고 전두환은 전형적인 폭군이 아닐까.

 

"자유를 억압하는 동시에 발전을 낳은 그들의 역설을 역사를 통해 살펴보려는 것이다. 또한 폭정은 어떤 정치적 제도가 아닌 개인적 성향의 문제로 나타나기도 한다. 나는 이들을 통틀어 ‘폭군’이라 부르지만 어떤 이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때로는 비범한 통솔력이 넘치고 매우 유쾌하며 매혹적이면서도 두려움이 느껴지는 성향을 갖고 있었다. " p17

 

저자가 <들어가며>를 통해 역사 속 왕들, 여기에서는 주로 유럽의 신화나 역사 속의 왕들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여하튼 그런 왕들의 심리적으로 내재된 분노에 기인한 폭군의 성향을 다루면서 독자로 하여금 일말에 동조 비슷한 감정을 부추기는 듯하다. 나 역시 답답한 현 시국과 맞물려 대한민국 과거의 폭군적 리더들이나 정국 자체를 혼란에 빠트리는 현재의 무지몽매한 대통령을 떠올리며 나 역시 내재된 분노가 있음을 깨닫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감정을 뒤흔들며 본 내용으로 들어가면 폭군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 신화나 역사에 대한 이야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물론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기반을 둔 신화나 역사를 오가는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말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폭군, 전체 정치라 일컬어지는 독재적인 체제 아래 국가의 경제는 기반을 다져왔다는 정의가 과연 옳은가?"에 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권력이 독재적인 개인에서 국민에게 넘어가는 과정에 민주주의가 발현하는 것인지, 독재가 청산되고 새로운 정치가 만들어지는 것이 민주주의인지 그도 아니면 민주주의는 그저 이념일 뿐인지에 대한 중심을 잡지 못하면 질문에 대한 대답에 자유롭지 않을 듯하다.

 

이 책이 폭군이 난무했던 유럽의 여러 나라를 이야기하지만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대한민국 역시 그런 나라 중에 하나 아닌가. 박정희라는 독재자이며 폭군인 그가 국가 경제에 일조한 부분을 부인할 수 있을까?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살기 팍팍한 요즘에는 "그때가 차라리 낫다"라거나 "지금 시대도 그런 인물이 있어야 한다."라는 식의 말을 종종 하시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저지른 학살에 가까운 폭정이 "진정 옳은가? 그래서 면죄부가 주어지는가?" 광주 대학살을 지시한 전두환은 어떤가?

 

"폭군의 비뚤어진 영혼은 바로 민주주의의 부도덕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폭군은 민주주의의 장점을 잘못 이용해 월권을 저지르는 선동적인 정치가로부터 시작되며 기존 질서에 대항하는 군중의 분노를 부추긴다." p126

 

저자의 말처럼 21세기 현재의 국가를 이끌어 가는 리더들은 과거의 왕처럼 폭정을 휘두르기는 어렵다. 특정 폐쇄적인 북한의 김정은이나 IS, 세 가지의 폭군 유형을 고루 지녔다는 푸틴 정도나 있을까? 아, 중국의 시진핑도 어느 정도는 여기에 속하겠다. 여하튼 이들의 국가 운영을 플라톤의 말처럼 도덕적 윤리적 혹은 정치적 경제적 잣대로만 잴 수 없다. 다만 이들을 한쪽의 편협한 시각이 아닌 객관적 이성적이며 민주주의를 헤치는 그 어떤 위협을 행하는가를 봐야 한다.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가면을 쓰고 철거민들을 폭력으로 제압하고 자신의 이익과 반한다는 이유로 용역깡패로 진압하는 일련의 일들은 모두 폭군의 폭정일 뿐이다. 이들이  "청년들에게 공공의 선을 추구하고 질서가 바로 잡혀있는 인물이 되는데 만족하라"라는 플라톤의 충고를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