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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 퀴리나 부인과 두더지 손님

by 두목의진심 2016.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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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리나 부인과 두더지 손님>이라는 약간은 생소한 이탈리아 소설을 읽었다. 역시나 생소함은 낯섦과 같은가? 내용에 등장하는 각족 지명이나 명언 등은 몇 번씩 되뇌며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준다.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는 주었지만 읽어나가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작고 얇은 책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에게 "공존"이라는 사유의 즐거움을 준다.

현대인은 회사 건 집안이 건 조그맣던 크던 나만의 영역을 갖고 싶어한다고 생각하는 데 이 책은 그런 나만의 영역,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퀴리나 부인과 두더지를 통해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어느 날 은퇴 후 자신만의 공간인 정원에 낯선 풍경이 만들어지고 그 주범이 두더지라는 결론으로 그 침입자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 퀴리나 부인은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그런데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어느새 '침입자'는 '경쟁상대'로 바뀌고 결국 두더지는 퀴리나 부인에게 없으면 허전한 '친구'가 된다.

새로움은 낯섦이다. 그 낯섦이 어느새 친근함으로 바뀔 때 우리는 비로소 '관계'라는 존재감이 있는 사이로 발전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퀴리나 부인을 통해 알게 된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대 문호들의 고전에 등장하는 두더지에 대한 토막들을 소개하는 등 '훌륭한 광부'인 두더지와의 관계를 통한 '삶'에서 낯선 존재에 대한 적개심이 아닌 포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나아가 자신의 영역을 무단으로 침입한 낯선 이들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새로움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퀴리나 부인의 "돌아 왔어!"라고 외칠 정도의 반가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기분 좋게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세상일이 그렇다. 끝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항상 창조주의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결국 원초적인 문제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 전쟁은 퀴리나 부인의 개인적인 불쾌함만으로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제 부인의 기분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왜 동물의 삶은 모두 포식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걸까? 왜 동물은 살생을 위한 지능을 발달시켰어야 했을까? 왜 포식자와 피식자가 있고,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가장 약한 벌레는 땅속에서조차 도망쳐 숨을 곳을 찾을 수 없는 걸까?" 72쪽

 

 

글 : 두목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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