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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시] 해인으로 가는 길

by 두목의진심 2016.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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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海印)'이 뭘까. 시인은 아픈 육신을 끌고 이곳으로 가는 길을 찾아 구도자처럼 살고자 한 걸까. 번민이나 해탈이나 하는 것들이 이미 탐욕의 육신이 되고 나서야 깨닫는 게 아닌가 싶은데 시인의 삶이 그러했는지 가늠할 수 없지만 고교시절 한마디 한마디 구구절절하지 않은 글귀가 없을 정도로 애틋한 <접시꽃 당신>에 젖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 무조건 감수성 충만한 사람이 되고자 친구들 연애편지를 대필하면서까지 애쓴 기억이 있다. 어느덧 세월이 이십여 년이 훌쩍 지나온 지금, 작은 것 하나에도 현실적이 된 나를 발견할 때가 많다. 이런 내게 딸아이가 <해인으로 가는 길>선물해 주었다.

그동안 시인을 잊고 있었나. 시인의 시구가 연인을 그리는 애틋함보다도 현실을 벗어나고픈 구도자의 삶이 보여 낯설다. 시가 무조건 애틋할 필요는 없지만 남녀 간의 사랑 노래가 스며든 시인의 이야기를 만나지 못함은 왠지 서글프다.


"또 한 번의 절정을 향해
함께 계곡을 거슬러 오르고 여울목을 휘돌아 나오듯
음률의 물살을 타고 오르내리다
마침내 여운과 함께 고요하게 가라앉아
평온한 물가에 가닿는 사랑의 노래
그런 노래를 그대와 함께 부를 수 있다면
노래의 끝에서 내 생이 멈추어도 좋겠다
그 노래와 내 가장 귀한 것을 바꾸어도 좋겠다"
- '듀엣'
중에서


"시에서나 삶에서나 버려야 할 것이 왜 이렇게 많은지요." 139쪽

시인이 도시를 버리고 산으로 들어간 이유가 비단 지병 때문인지 모든 걸 가늠할 수 없지만 가늠하려 하는 이유조차 폐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버리는 삶이 꼭 입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그렇게 버려야 한다면. 가벼워진 몸과 마음이 되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시인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아 아프다. 나 역시 버려야 하고 버리고 싶고 가벼워지고 싶은 마음이 절절하다. 지치고 아픈 마음 전해줄 친구가 있다는 그런 믿음. 시인의 마음이 위로가 되는 그런 김형이 있는 시인이 부럽다. 이 시집은 그런 마음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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