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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사회과학] 그녀의 진정한 이름은 무엇인가 : 우리 시대의 주변 횡단 총서 7

by 두목의진심 2016.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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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하는 비판의 방식이 문제이다."

'오리엔트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페미니즘'은 어떤 이야기일까. 이 책을 통해 서양을 비롯 동양의 여성과는 다른 관점의 페미니스트일지 모른다는 관념이 생긴다. 서양 페미니즘의 담론으로 아랍권이나 이슬람권의 여성들의 '인권'에 대한 간섭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여성이 사회적인 억압과 차별을 다루는 의미 정도로 페미니즘을 규정해 온 나로서는 조금은 의미가 있다. 나는 과연 페미니즘의 이념을 혹은 여성의 사회적 입장을 아는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여성이라는 한정적 범위의 인권이나 차별이 아닌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의 이야기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의미가 주어진다.

오리엔트적 시선을 벗어난 관점에서 '베일' 여성차별 혹은 남성이 주류인 세상에서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평가를 하지만 반면 오리엔트 여성은 스스로 둘러싼 베일 속에서 익명성을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역시나 페미니즘 역시 문화와 관습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저자는 이런 봉건적 사회적 측면에서의 문화가 갖는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를 정면으로 맞선다.

''이름'이란 누구의 것일까. 나의 이름, 나의 고유한 그 소중한 이름을 당신에게 아무 조건 없이 알려주는 행위, 그것은 내 이름을 당신의 것으로서 당신에게 건네는 것 아닐까. 당신이 나를 부르도록, 그리고 내가 당신의 그 부름에 대답하기 위해. 고유한 이름, 그것은 번역 불가능한 말이며, 내셔널한 언어의 테두리 바깥에 있는 말이다. 이름이란 나의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향해 부르는 타자의 것이기도 하다." 34쪽

3장 <여성의 할례> 편에서는 여성의 할례를 문화로 바라보는 관습적 문화를 비판하며 '쇼아' 즉 홀로코스트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해 나아간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로 묘사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다른 시선에서 나름의 화제작이란 평가를 넘어 잘 모르고 있었던 역사적 진실 규명에 한 발짝 다가선 작품으로 여기고 있던 나는 당황스럽지만 신선한 충격을 느낀다. 이렇듯 세계는 '진실'에 대한 표상만 있을 분이지 그 안에 담긴 진실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들에 대한 비판을 저자는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8장 <목격-증인 되기>를 들여다보면 '위안부'였던 여성들의 삶을 '위안부'가 아닌 여성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이루어진다. 여기에 다른 삶을, 상황을 살아온 여성들은 겪지 않았던 경험의 문제를 어떻게 '공감'한다고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사견이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그저 타자에 대한 고통을 표면적인 공감이 아닌 뼛속 깊은 곳으로부터 그녀들의 고통을, 무자비한 폭력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함께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여하튼 우리에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위안부의 문제를 단순하게 전쟁의 피해자 혹은 식민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하며 그저 '보상'차원의 문제로 '해결'되었다고 서둘러 여론을 덮으려는 정부의 입장이 황당하고 분하다. 이 모든 것에 앞서 그녀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사죄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그녀들을 헤아리지 못하고 고통을 키워나가는 우리 정부도 함께 말이다.

<그녀의 진정한 이름은 무엇인가>는 이런 타자에 대한 '이해'를 넘어 '공감'의 감정을 공유하는 의미까지도 포함된 인간에 대한 보고서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어렵지만 단편적인 이해를 넘어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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