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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 어쩌다 이런 가족

by 두목의진심 2016.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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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이란 제목이 왠지 부정적인 느낌을 미리 주고 싶어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가족들의 이야기니까 기대들 하시라' 같은. 하지만 그런 이면에 한 가족사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려는 작가의 생각도 미리 짐작할 수 있지만 말이다.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서 서로에게 단절된 가족의 이야기는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막장 집안이라는 사회와 구분된 한정된 공간적 영역을 설정해 놓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 타고난 환경이 다른, 대를 금수저를 물고 타고난 종자들. 적당히 부유한 게 아닌 '시크릿 가든'에서 '통장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야 좀 사는 거다'라는 주원의 말처럼 돈이 많고 적음이 별문제 되지 않은 가족들이 겪는 각자의 소외를 적당한 가벼움으로 풀어내고 있다. 사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혜란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어찌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극대화 시키기도 하지만 반면 아주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내기도 한다.



"본인들이 받는 장학금이 누구의 이름으로 기부되고 있는지는 관계치 않고 그저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는 눈앞의 현실에만 매달려 아등바등하는 삶."

전체 줄거리는 가족이라면 '소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큰 딸 혜윤은 가족끼리의 소통에 대한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사건을 일으킨다. 그로 인해 가족들이 겪는 각자의 심리적 표현 방식을 다룬다. 나름 물려받을 재산을 포기하고 자수성가했다는 자부심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아빠 용훈. 대대로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유명 미술관을 운영하며 고상함으로 포장된 삶을 사는 엄마 미옥. 부모의 훌륭한 유전자만 물려받았을 정도로 지적이며 박애적인 성품을 지닌 큰딸 혜윤. 외할머니로부터 '태어나지 말아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버리고 가족들에게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는 둘째 딸 혜란.



"널 보면 볼수록 돈이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닫는다. 아, 사람이 부자여도 저렇게 불행해 보일 수 있구나. 가끔은 참 안쓰럽기도 하더라. 나 니 인생 하나도 안 부러워. 나는 사람답게 사랑하고, 울고 웃을 줄도 알고, 좋은 일에 감사할 줄 아는 그런 여자랑 만나고 싶어." 147쪽

이 가족의 구성원들이 혜윤이 만든 사건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을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가볍게 따라가며 몰입하게 만든다. 그러다 이 가족, 불행으로 마무리될까 조마조마하기도 하지만 결국 행복으로 마무리되는 게 나쁘지 않다. 자신의 아들이 술집에서 얻어터졌다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자신이 해결사처럼 등장했던 모 기업의 회장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타인과의 소통은커녕 가족끼리도 대화가 단절된 현실에서 가족이 뭘까를 고민하게 한다. 부정적 적인 가족을 통해 긍정적인 가족을 생각하게 한다. 좋다. 이 책.



"소중했던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이젠 어떻게 해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절망을 느낄 때… 이런 상황이 되기까지 얼마나 숱한 문제들이 있었는지 더는 돌아볼 기력조차 없을 때. 그런 순간마다 화가나고 슬프고 적어도 그 사람이 원망스럽다는 감정이 든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226쪽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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