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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에세이] 우리 같이 살래? : 통장 잔고와 외로움에 대처하는 세 여자의 유쾌한 동거

by 두목의진심 2016.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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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살래?'라는 말은 주로 남녀가 연애에 지쳐 이제는 대문 앞에서 헤어지기 정말 싫을 때 하는 말이라 생각했는데 '동거'라는 삶의 방식이 '쉐어 하우스'라는 명명하에 요즘에는 자연스러운 주거의 형태인가 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동거'라는 말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세대차인가? 내가 좀 더 젊었을 때는 '동거'는 부정적인 주거의 방식이었건만. 어쨌거나 <우리 같이 살래?>는 동거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갖가지 사건들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룸메이트를 선택하는 기준부터 공과금, 생활비, 청소, 빨래, 음식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 부딪히고 싸우고 상처받고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헤어지기 전에 사이좋은 사이로 살아남기 위한 전술 같은 책이랄까.

사람과의 관계는 사실 '친밀도'로 구분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진실을 '살아 보라!'라는 충고로 확실히 관계의 중요성을 각인시킨다. 그냥 만날 때는 좋기만 하고 자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착각(?) 할지 모르지만 결과는 같이 살아보기 전에는 결코! 절대! 네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이 말해준다. 게다가 이 책은 집을 구하는 노하우부터 동거인으로 사는 법에 대해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또 내용을 집약한 일러스트도 그런 보는 재미에 한몫을 담당한다.

세 연인네 중 두 명이 '글로자'라서 점이 입가에 미소가 사그라들지 않을 정도로 유쾌하고 재미있게 일상을 그려내고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모여 뜻하지 않은 동거가 시작되고 6년 동안이나 함께 살면서 일어난 일들이 시시콜콜하게 리얼로 풀어 낸 이 책을 잘 표현하는 구절이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정 솟아나는 부러움이 아닐까. 일상의 자유로움 그 자체가 상상이 된다.

"꼭 해야 하는 일은 싫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의무감 없이 맛있는 음식을 해 주고 나눠 먹는 일이 즐겁다고 했다. 그 친구의 말, 어쩐지 잘 알 것 같았다." 117쪽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일기 같은 이야기가 이미 기혼자의 반열에 들어선지 17년이 넘고 애가 둘이나 있는 내게도 친구와의 동고를 해보지 못한 것을 아쉽게 만드는 책이다. 비록 6년이 지나 이요에게 남자가 생기면서 각자 찢어져 독거로 주거 형태가 바뀌긴 했지만 이들이 쌓은 6년이라는 역사는 켜켜이 쌓여 앞으로도 오랜 세월 꺼내 읽을 수 있는 일기장 같은 게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어 진심 부럽다. 소소하면서 재미있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헤어진 이후도 궁금해진다.

"그날 날씨는 폭염은 아니었다. 언제 이요에게 뺏길지 모른다는 초조함 때문에 빠삐코를 까서 먹기 시작했지만 반도 먹기 전에 한기를 느껴 먹다 만 빠삐코를 냉동실에 도로 넣었다. 다음 날 다시 날씨가 더워졌고 나는 반쪽 남은 빠삐코를 먹기 위해 냉동실 문을 열었지만, 어디에도 절반의 빠삐코는 없었다. 당황했다. '어제 다 먹고 반을 남겼다 생각하는 건가? 아닌데, 이게 어디 갔을까? 설마……?'
설마가 맞았다. 이요는 태연하게 자신이 먹었다고 했다. 그때 나의 표정을 내가 보지는 못했지만 반은 경악이었고 반은 분노였다."


이 대목에서는 올여름 무더위에 아이스크림 하나로 아들과 싸우던 내 모습이 겹쳐지면서 웃음이 입가에 맴돌았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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