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에세이] 나비 탐미기

by 두목의진심 2016. 8. 27.
728x90

 

나비를 통해 인간들의 군상을 이야기하는 <나비 탐미기>는 여는 글에서 이 책이 작가에게 어떤 의미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뭐랄까. 나비를 통해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전파하고 있다는 느낌. 저자의 감수성이 전해져 그의 이야기가 따뜻하다.

"나비 탐미는 나비와 '사랑에 빠진' 것을 의미한다. 짝사랑에 빠진 사람은 연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연연하고 그 속에 어떤 감정이 담겨 있을지 추측한다. 나도 나비를 만날 때마다 흥분과 수줍음에 가슴이 설렌다." 13쪽

저자는 왕 얼룩 나비를 10평 남짓 되는 전시관에 가둬 놓고 조몰락 거리는 인간의 만행을 가슴 아프게 지켜봐야 하는 심정을 절절하게 그려 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나비에 관한 탐미적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내용의 깊이가 다르다. 마치 나비와 식물도감 정도의 학술적 이해와 디테일한 그림이 아마추어라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다. 약간 아쉬움이 있다면 그림과 해설을 보며 머릿속에서 나풀거리는 나비의 모습과는 달리 컬러가 덧입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려한 나비의 모습에 본연의 모습대로 컬러풀한 모습이었다면 어땠을까. 맨 마지막에 사진집이 있긴 하지만 읽는 내내 무채색의 나비가 머릿속을 날았다.

"우리가 계속해서 과학기술을 신봉하고 유전자 프로젝트라는 종교를 믿고, 오판과 자기최면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인간을 신격화한다면 언젠가 인간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고독사하게 될 것이다." 38쪽

저자인 우밍이는 나비를 그저 관찰하는 정도의 탐미가 아닌 "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야기 자체가 이렇게 달콤하고 약간 들떠있는 듯하면서 조근조근 귓가에 들리는 것처럼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런 나비에 대한 사랑을 그는 나비를 '그'나 '그녀'로 의인화해서 표하고 있다. 에우로페 그늘 나비를 보며 제우스와 에우로페의 사랑을 이야기하며 이 나비의 안타까운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라면 저자는 그냥 나비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를 통해 지금 당장 나비가 날진 않지만 곧 날아다닐 나비의 모습들이 새로운 느낌일 것 같다. 이 에우로페 그늘 나비를 볼 순 없겠지만 말이다. 타이베이의 도심을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이 도시의 하늘을 날아다닐 나비들이 기다려진다.

"잠자리채 안에 담겨 관찰자의 판별을 기다리고 있는 나비의 심정은 잔뜩 잡아당겨져 끊어지기 일보 직전인 활과 같을 것이다. 그들의 학명이 무엇인지 판별하는 것이 다른 생명과 우정을 나누려는 내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나도 생명과 우정을 쌓는 것이 수줍고 떨리는 연애에 가까워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101쪽

다른 생명들과의 연애라니 그것도 나비와. 나는 좀처럼 저자의 나비에 대한 생각에 다가가지 못한다. 왜 나는  다른 생명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빈곤한 건지. 저자의 탐미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부럽기만 하다.

 


글 : 두목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