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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경제] 빈곤의 문제

by 두목의진심 2016.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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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당장 노동자 계급 내에서 얼마나 잘 사는지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질병, 사망, 또는 실업으로 불과 몇 주 안에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20쪽


이 책 <빈곤의 문제>는 영국 경제학자 J.A. 홉스가 이미 50년도 전에 영국 사회 전반에 걸친 "빈곤의 문제"를 파악하고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연구적 성과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반백년이나 더 전에 문제라고 지적한 부분이 현대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3부에서 찰스 부스가 제시한 "빈곤층의 네 단계"는 실로 끔찍하다. 극빈층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이유가 "지식의 향유"라니 믿을 수 있는가? 솔직히 불편한 심기가 들기는 했지만 읽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럴 수 있겠다.


"만약 빈곤층의 고통이 완화되고, 번영을 맛보고, 자신의 권리를 깨닫게 된다면, 비로소 위험해지는 것이다." 49쪽


노동시장의 또 하나의 문제가 되는 '고한' 한자로 표기되지 않아 정확한 의미는 짚어내기 어렵지만 '장시간 일하던 재단사'들을 일컫는다는 문단의 의미로 본다면 고한은 아마 '膏汗: 기름땀 냄새(네이버 사전)'가 아닐까 싶다. 이렇듯 장시간 땀을 흘리며 일해야 하는 하청 숙련자 혹은 미숙련 기능공 또는 가내 수공업을 업으로 삼는 업주이면서 동시에 노동자의 이면에 녹아든 임금 노동 시장의 불완전한 구조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특히 미숙련 노동자가 노동시장에 포화되면 저임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과 그로 인해 '고한'이라는 병폐가 발생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노동조합)이 내색하지 않더라도 분명히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숙련 노동자의 초과 공급에서 '고한'이라는 사업적 병폐가 비롯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147쪽


이 책은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논하는 경제서도 아니고 부와 빈곤의 구조적 문제를 제시하기는 하지만 이론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처럼 해법을 내놓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 불균형의 구조적 문제 중 '빈곤'에 초점을 맞추고 빈곤의 탄생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를 제시하면서 개인의 윤리적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제시한다. 일하는 게 싫어서 노숙자가 되는 게 아니라 일 할 자리가 없거나 개인적 능력을 고려한 노동시장에 진입 자체가 되지 않는 이유와 밀접한 의미를 제시한다.


여기에 노동자는 조합을 형성하고 그를 통한 의미 있는 목소리를 전해야 하고 여성 노동자의 문제와 빈곤의 윤리적 의미를 짚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용이 현대사회의 구조적인 빈곤의 문제를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문제와 연결하고 있다는 점은 유익하지만 내용의 깊이를 경제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읽는데 좀 어려움을 준다. "노동"과 "윤리"의 문제를 고민해봐야 하는 숙제를 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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