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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인문/육아] 아빠 노릇의 과학 : 아이에게 아버지가 필요한 과학적. 심리학적. 진화론적 이유

by 두목의진심 2016.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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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아빠 노릇"에 초점을 맞춘 육아서라는 생각이 있었다. 부제로 과학, 심리학, 진화론적인 이유라는 거창한 학술적 의미를 내포한다고 해서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 당근 육아서니까 육아의 어려움을 아빠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그 어려운 소통을 하고 친구처럼 "잘" 지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서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말 그대로 내 아이들이 유아를 거쳐 유년, 청소년이 되어 가는 동안 '아빠로서 육아에 과연 전력을 기울였나' 하는 자책하는 마음으로 배워보고자 하기도 했다. 그런데 첫 시작부터 대략 난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버지는 중요하다."

작가의 여는 글에서 자신의 "부성애"에 대한 논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여기에 인류학자, 유전학자, 심리학자 등의 과학적 전문가의 연구 데이터를 대동하고 왠지 부성애가 평가절하 되고 있다는 억울한(?) 심경에 맞춘 변명을 주절주절 늘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전통적으로 아빠는 가정의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는 특화된 영역을 벗어나 육아에 가사, 요리까지 넘나들며 나름 노력하는 이 시대의 아빠들의 고단함은 무시되고 부성에 역시 중요하고 훌륭함에도 모성에만 주목받아서 속상하고 억울하다는 느낌의 항변 같은.

그래도 어쨌거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아빠 노릇의 과학>은 부성애 역시 모성애 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정교한 데이터를 통해 확인 시켜주고 있으며, 아버지란 존재는 부부 사이에서 혹은 가족의 바운더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지위적 가치를 가는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출발한다. 대체적으로 아버지는 외롭고 투명인간처럼 존재감 제로인 것같이 여기지는 부분이 강하다. 거기에 전통적인 돈 버는 기계쯤으로 묘사되는 정도랄까. 한데 이 책에서의 연구자들은 그런 아버지가 가지는 부성애가 생각만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가정 하에 연구를 진행하고 모성애 넘치는 아내가 임신기에 겪는 호르몬의 변화 즉, 입덧 아라든가 불안 등의 변화를 임산부의 전유물처럼 여기는데 사실은 이때 부성애로 무장한 아버지들에게도 호르몬의 변화는 존재하지만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남녀의 관계부터 아이의 수정부터 임신, 출산, 육아를 거쳐 나이 든 아빠의 심리적 부분을 고려한 다양한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데 각종의 동물실험이나 유전적, 심리적 다양한 과학적 소견의 연구 내용을 제시한다. 그런데 특정 연구결과는 다소 놀라운 것들도 있는데 그중 특정 직업군을 거론하며 장애 발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솔직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정 직업군의 남자, 아빠들이 유전적 속성이 자녀에게 전달돼 장애가 될 확률이 높다는 점은 다소 공감하기 어렵다. 물론 오랜 연구 결과일 수 있겠지만 수긍할 수 없는 불편한 마음다.

"특정 직업군 남성의 아이에게 선천적 장애가 나타날 위험성이 더 높았다. 위험과 관련된 직업은 석유와 가스 노동자, 화학 노동자, 인쇄공, 컴퓨터 공학자, 미용사, 자동차 운전자였다. 어떤 직업은 특정한 선천적 장애와 관련 있었다." 44쪽

저자는 또한 유전자적 성질을 통해 부계와 모계의 염기배열을 통해 태아나 자손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특히 조현병(정신분열) 등의 정신질환적 요소를 유전적 성질의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과적 질환자가 늘어나는 현상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런 병리학적 문제가 유전적 소인이 있다는 점이 놀랍다. 믿어도 될까?

"정신 질환 대부분은 가족에게 대물림되는 경향이 있지만." 74쪽

또한 케임브리지 대학의 사회 및 발달 심리학과 학과장인 마이클 램 교수의 말을 빌려 모성애에 비해 부성애가 외면받아 온 사실을 변호한다.

"에인스워스 연구진이 연구한 아이들은 부모가 모두 있는 가족에서 자랐어요. 아이들에게는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있었지만 초점은 모두 어머니와의 관계에만 맞추어졌습니다. 이 분야의 믿기지 않을 정도인 어머니 중심성이 내겐 이상하게 여겨졌지요." 95쪽

반면 162쪽의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의 부작용을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은 이후의 행동은 물론 아이들의 행동 장애와 관련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부분은 나 역시 아이들을 엄격한 훈육을 하는 편인데 뜨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또 204쪽의 고령, 아니 고령이라고 하기에도 어정쩡한 사십 세 이상의 아버지의 아이는 자폐아로 만들 소지가 높다는 주장을 싣고 있는데 출산율이 낮은 대한민국에서 늦둥이 출산이 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면 이 역시 노산이라고 나이 많은 가임 여성의 출산에 장애아 확률을 부각시키는데 오히려 남성의 고령화가 자폐아 발생 확률이 10배가 높다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책장을 덮은 지금 책의 내용이 여타 다른 육아 책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과 수많은 연구 보고서를 읽은 느낌이 들었고 그럼에도 "아버지는 중요하다"는 마지막 나가는 말이 오래 가슴에 남는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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