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이야기하려니 머쓱하기도 하고 아직 준비가 안된 듯 여겨지지만 이제 나도 마흔 후반을 넘어 쉰을 향해 달려가다 보니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이나 먼저 그 길을 간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책 <그대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역시 그런 의미로 마음이 가는 책이었다. 중년의 삶, 불안한 시대에 불안한 마음과 짊어진 삶의 무게로 앞만 보고 달린 아버지의 이야기. 세월이 훌쩍 지나 어느덧 은퇴라는 큰일이 목전에 있음을 실감하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심정에 공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이 책 그래서 읽고 싶었고, 읽게 되었고, 무겁게 내려 앉을 줄 알았던 감정이 오히려 위안을 얻었다. 난 늙어 가는 게 아니라 익어 간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은퇴를 목전에 둔 시점에 이직을 하고 다시 한번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그러면서 블로그와 SNS에 글을 쓰다가 책도 펴내고 지금은 집필가로 강연자로 다양한 삶의 방향을 지니고 있지만 사실 마음 한편에 은퇴 후 귀농을 꿈꾼다. 나 역시 그런 삶을 꿈꾸지만 현실의 팍팍함으로 뒤로 미루기만 하고 있는 게 아쉽기만 하다. 이 책은 짤막짤막한 글이 읽기 편하다. 다만 중간중간 사진과 그 속에 들어있는 글들이 조화롭지 못한 편집이 눈에 거슬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여러 부분 공감되고 가슴 울리는 글귀들이 위안이 되는 책이다. 에세이라지만 때론 시나 잠언처럼 좋다.
행복은 저축하는 게 아니라 대출이라도 받아서 다 써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의 행복주의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뒤로 갈수록 노후에 대한 불안함과 노후 대비는 젊었을 때 해야 하는 일이라 조언하는데 오늘의 행복을 위해 대출도 불사하라는 이야기와 너무 상반되는 이야기에 혼란스럽기도 하다. 행복이 물질적인 것에 한정된 것은 아니니 딱히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다. 어쨌거나 나는 오늘의 행복이 소중한지 노후의 안락이 소중한지 결정을 할 수는 없지만 생각해보면 오늘 열심히 사는 이유가 내일의 안락함을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역시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뭐가 옳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냥 오늘 열심히 살면 되겠다 싶다.
"인생을 살면서 친구는 한 명이면 족하고 두 명이면 많고 세명 이상은 불가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저자 역시 마음을 나누는 친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인간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근데 나는 점점 좁아지고 얄팍해지는 인간관계가 두렵거나 걱정스럽거나 하지 않고 그저 관계를 맺는 것에 쌓이는 피로도를 염려하는데 이런 상태를 지양해야 한다니 참 고민스럽다. 어쨌거나 인생에 한 명이면 족하다는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곁에 있는지가 관건이니 말이다.
"행복은 저축하는 것이 아니다. 탈탈 털어 다 써야 한다. 필요하다면 미리 대출 받아서 써도 좋다." -p17 <행복은 저축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도 마디를 만드는 시기가 찾아온다. 마디 없이 곧게 자란 인간은 없으니 말이다. 아이들만 성장통을 겪는 것은 아니다. 어른도 끊임없이 성장통을 겪는다. 어른도 아프고 어른도 눈물이 난다." -p75 <마디를 만들기 위해>
p213 "꽤임"이 아니라 "꼬임"이나 "꾀임"이 맞는 말이 아닐까?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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