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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건강] 나는 왜 늘 아픈가 : 건강 강박증에 던지는 닥터 구트의 유쾌한 처방

by 두목의진심 2016.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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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을 넘기고 어느덧 쉰을 바라 보는 나이가 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건강 염려증"이 생겼다. TV 속 의학 관련 다큐에 집중하고 비슷한 증상이 보이는 부위를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서고는 한다. 건강 강박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실 일찍 죽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거니와 이왕 오래 살아야 한다면 벽에 똥칠은 하고 싶지 않은 이유다. 그런 이유로 귀농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며 은퇴 후 소망이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에 소일거리용 텃밭을 일구며(물론 몸이 불편한 나를 대신해 아내가 고생은 하겠지만) 때때로 아내와 아프지 않을 만큼 손을 꼭 잡고 동네 산책을 하고 싶다. 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비스듬히 눕게 해주는 편안한 의자에 기대 실컷 책을 보다 볕 좋은 곳에서 고양이처럼 살짝 졸기도 하며 그렇게 유유자적한 삶을 보내고 싶다. 건강하게.


그런데 내 소망과는 달리 아이러니하게 늘 아프다는 제목의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책 <나는 왜 늘 아픈가>라는 제목에서  다른 것도 아닌 "늘"이라는 단어에 확 꽂혔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늘 아프다. 어쩌면 아프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로 하루하루 늘 아프다. 장애가 있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나는 늘 편두통에 시달리고 때로는 마그네슘이 부족해서 그런지 눈가에 떨림이 자주 있으며, 비타민이 부족해 입술이 자주 부르튼다. 게다가 이제 노안이 와서 눈은 거의 매 순간 안습이다. 그러다 보니 시력은 침침하고 "이제 곧 사람도 분간을 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까지 할 정도다. 그렇다고 불편을 초래하는 안경 따위는 쓰고 싶지 않아 버티고는 있지만 심각성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몇 해전 명의라고 TV에서 보증하기에 믿고 수술을 맡긴 내 다리 상태는 더 심각해져 걷는 걸 포함해 행동의 부자유스러움은 배가되었다. 고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우리나라 의료사고의 시스템을 잘 아는지라 이를 악물고 재활에 매진했다. 더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수술 이후에는 시도 때도 없이 참을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통증을 완화해준다는 타이레놀보다 열 배는 독한 진통제를 먹어야 잠들 수 있으며 이 통증은 온기를 가진 내 다리와는 별개로 느끼는 감각은 영하 30도쯤 내려간 냉동고에 집어넣은 것처럼 시리고 아픈 통증을 동반한다.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런 건강에 대한 염려는 현재 상시적으로 내 몸에 상주하는 질환들도 문제지만 받지 말아야 할 스트레스가 시시각각으로 공격한다는 것이고 이런 점은 먹고살아야 한다는 생존적 의식의 산물이라 어쩔 수 없다고 넘기는 지경이라는 점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뒷 목이 뻣뻣해서 팔을 걸어 놓고 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안마기가 없으면 쉬 잠들 수 없는 상태를 만든다. 이런 목과 어깨의 뭉침은 턱을 지나 치아까지 망가트린다. 이건 내가 겪은 사례로 치아의 통증이 상상을 초월해 찾아 간 치과에서 의사의 처방이 다름 아닌 안마기였다. 그리고 요즘은 이삼십 대처럼 뭐하나 특별하게 열정을 불사르거나 하지는 않고 있는 듯한데 왜 삶이 점점 지치는지 모른다. 그러다보니 요즘 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키워드가 "번 아웃"인데 이 책에는 '사람이 살다 보면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쯤으로 가볍게 표현하니 나름 위안이 된달까. 어쨌거나 <나는 왜 늘 아픈가>이런저런 건강에 대한 상태를 점검해 보게 만들고 있다.


"인간이 살다 보면 다 조금씩 힘들어하는 것이 당연한데, 심리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인생에서 겪는 '정상적인 결핍'을 '번 아웃', '사회 공포증' 같은 사이비 질병으로 둔갑시킨다는 것이다." -p231 <18장 번아웃 증후군>


이런저런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4장의 고급 피트니스센터에서 성기가 고스란히 드러날 정도로 몸에 딱 달라붙은 쫄쫄이를 입고 운동하는 이들을 동성애자 취급하는 내용은 동의할 수 없고 불쾌하기까지 하다. 원문이 그런지 번역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직설적이며 위트와 풍자적인 화법이 읽기는 집중이 되기는 하지만 여기저기 불편한 내용이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도가 지나친 비만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그다지 유쾌한 시선을 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국민들의 비만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는 추세에 개인의 문제쯤으로 치부하고 너무 조롱 섞인 표현은 좀 그렇다. 그렇게 비만이 되는 데는 국가 정책도 분명 한몫한 점도 있는데  말이다. 하나 이 책에서 눈에 거슬리는 점이 있는데 약물남용을 개인의 선택쯤으로 돌리는 듯한 내용인데 이건 좀 위험한 생각 같다.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에 독일인 네 사람 중 한 사람꼴로 비만이다. 풍만하거나 튼실한 수준을 넘어 정말로 '버스에서 두 자리를 차지하거나' 아니면 '버스 두 대가 필요한' 정도다." -p70 <5장 메뉴 파탈>


"의료적 관점에서 볼 때 약물들이 일으키는 부작용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장기적인 기대 수명을 고려하면, 이런 물질들이 신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명명백백하다. 하지만 더 장기적인 기간을 고려한다면 잘 모르겠다. 어차피 절제와 금욕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의 간도 영원히 버칠 수는 없으니까. 인간 존재의 이런 생물학적 유한성을 정신적으로 견디는 데에 약물은 끝내주게 적합한 물질이다. 이 땅 위에 존재하는 시간은 연장해 주지 못하지만, 어쨌든 존재를 초월하게 해 주니 말이다. 어느 쪽이 더 나을지 당신의 두뇌에게 물어 보라." -p111<7장 도파민이 뇌를 감쌀 때>


"10. 부작용에 주의하라. 복용 후에 장기가 손상되는 듯한 느낌이 들면 의사와 상의하라. 반면 행복한 상태가 계속된다든지 발기가 계속된다든지, 아니면 그 두 가지가 함께 온다면 그 제약사의 주식을 사라." -p269 <21장 약이 도움이 되지 않을 때>


나는 어제 문자 하나를 받았다. "올 해 무료 위암 검진 대상자이십니다. 지정 병원에 전화 예약 후 검진하시기 바랍니다." 무료 검진, 그것도 암을 무료로 검진받으라는 문자는 공짜라서 좋다는 생각이지만 이제 국가에서 내 장기를 관리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 서글펐다.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이처럼 관리를 하는 것은 참 의미 있는 일이긴 하지만 국가가 관리해 때 검진 받지 않고 병에 걸리면 그 이후에 벌어지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떠 넘기자는 속셈이 깔려있다는 점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매 일반인가 보다.


"미국에서 건강관리는 거의 스탈린식 강제성을 띤다. 의료적인 면에서는 무조건적인 복종이 요구되며, 따라오지 않은 사람에겐 제재가 따른다. 즉 국가가 시행하는 조기검진을 받지 않고서 암에 걸린 사람은 의료비 혜택을 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토록 부주의하게 처신하다가 중병에 걸렸으니 그런 조치가 공평하다는 것이다." -p41 <2장 모든 것은 노년을 위해!>


이 책의 내용을 딱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 말이 아닌가 싶다. "오늘 날 대부분의 환자들은 병든 것이 아니라 늙은 것이다." 인간의 노화로 만들어지는 거의 모든 질병은 병이 아니라 노화의 산물이며 그 산물을 보다 적게 받으려면 일주 일에 2~3시간은 뛰어야 고작 6년을 더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 가버린 세포는 재생되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도 죽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서글프다. 표지에 용법이 적힌 처방전으로 모든 것을 말해 준다. "균형 잡힌 의학 지식을 위트와 풍자에 녹혀 흡수" 하란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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