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자>는 여러 가지 아니 갖가지 생각이 드는 책이다. 1인칭 화자로 그것도 여자가 여자의 시선으로 수줍게 고백하듯, 아니 용기 있게 폭로하듯 자신의 흔들리는 감정을 써 내려간 이야기에 매료되고 말았다. 제목이 주는 묘한 호기심이 있기는 했지만 정작 이 책이 중요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던 이유는 담담하게 이야기하듯 불륜에 대한 "사랑" 이야기다. 남편과 아들이 있는 한 여자. 10년째 건조한 삶을 살고 있는 작가인 그녀에게 우연히 찾아온 비 내리는 어느 가을밤의 두근거림은 읽는 이의 가슴도 덩달아 울렁이게 만든다. 관음증에 걸린 듯 그녀의 삶을 묘한 호기심으로 들여다보는 듯 한 느낌이다. 때로는 설레고 흥분되고 안타깝고 결국에 그렇게 되고 마는 사랑이라는 굴레를 실감한다.
소위 임자 있는 사람들에겐 임자를 벗어난 사랑은 피해야 하는 일임을. 그것은 도덕적,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못한 "불륜"이라는 굴레를 씌운다. 이 소설은 그런 굴레를 10년의 결혼 생활에 진절머리가 난 여자가 아닌 크게 불만이나 환멸같은 가정 문제를 실감하지 못한 한 여자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열정쯤으로 묘사되고 있다. 애써 회피하려는 시도와 때론 자신도 모르게 휩싸이는 질투심이 어쩌면 인간적이기까지 하다. 불륜이 도덕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가 가정을 온전히 놔두지 않는다는데 있다고 본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지운의 감정은 사랑에 가깝다.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을 법한 20년 차 기자인 남편에게도,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릴 만큼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상현에게 온전히 여자로 남았으니 말이다.
이성으로 점철된 도덕적 관념은 말도 안 되는 불륜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가슴은 지운의 설레는 모습에 감정이 이입되는 걸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왠지 그 이름이 조금 마음에 들었다.", "내 모습이 마음에 든 날, 그를 만나고 싶었다."라는 대목을 읽으며 뭔가 은밀하고 서로 교감을 나누는 설렘이 느껴졌다. <나의 남자>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사랑 얘기다. 그러면서 타인의 사랑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작가의 말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닌다.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체념이 있었다. 배우자가 있음에도 연애를 하는 것은 감기에 걸리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감기니까 처음부터 계산하거나 예상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146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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