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체조 국가 대표였으며 척수장애인협회 센터장으로 쉴 틈 없이 일하는 소영 씨, 소아마비로 왜소한 다리를 끌고 바다를 횡단에 성공한 순옥 씨, 휠체어를 타며 매사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늦깎이 대학생을 꿈꾸는 순덕 씨, 절단 장애에 청각장애까지 중복 장애를 가졌으면서도 적극적인 삶을 삵 있는 옥자 씨, 소아마비를 딛고 보건학과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국립재활원에서 별정직 공무원으로 매 순간 인생의 항로를 개척한 동민 씨, 하루아침에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의 좌절을 이겨내고 긍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지환 씨,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단하고도 서울시 볼링 선수로 활동하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달아 가는 은화 씨, 선천적 시각장애를 이겨내고 피아니스트로 작가로 살고 있는 진슬 씨.
<그래도 행복해>는 이렇게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이거나 장애를 가지고 대한민국에서 살아내기란 팍팍한 현실을 버텨내는 8명의 여성 장애인의 이야기를 엮었다. 이 책을 읽으며 모두 공감되는 이야기였지만 특히나 가슴이 저리는 이야기는 다름 아닌 지환 씨의 이야기였다. 지환 씨는 교통사고로 경추(목뼈)가 부러지면서 신경이 다쳐 전신마비의 장애를 입는데 나 역시 대학시절 다이빙 사고로 경추 3-4번이 부러지며 전신마비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어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 고통을 말로 다하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고통과 좌절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 역시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지금은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지만 그때의 고통을 돌아보면 아찔하다.
이 책은 단순히 "그렇게 좌절을 극복했다."라는 식의 자전적인 소회가 아닌 자신의 장애로 자신뿐만 아니라 남편 혹은 아이들에게 보이는 아내, 엄마로서의 당당한 개인으로서의 긍정적인 삶의 방향성이 보다 나은 삶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가진 장애가, 아픔이 가장 힘겨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삶의 무게는 힘겨운 것이라는 보통의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방법이랄까. 은화 씨의 말처럼 "누구는 파마를 하고 누구는 생머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조금 다른 모습일 뿐 결국 인간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그녀들 이야기에 눈물을 찍지 않고 박수를 보낸다.
"누군가의 인생을 훌륭하게 이끌어 줄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소한 누군가 포기하려고 할 때 자신이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위로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충고나 조언보다 위로가 세상을 더 환하게 합니다." -p51 <인어공주> 중에서
"나만 힘들다고 징징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해 봅니다. 둥그렇고 따뜻한 공감 안으로 발이 들어가려 합니다. 그대가 보이니 내가 보이고 내가 보이니 그대 또한 보입니다. 행복은 다른 게 아니었습니다." -p98 <에필로그-신희지> 중에서
"삶도 꼭 일등으로 살아야 성공적인 삶은 아닌 것 같습니다. 힘이 들 때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잠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음도 감사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어던 과정에 놓여 있어도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자 합니다." -p207 <에필로그-이강조> 중에서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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