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만화] 미생 10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포석 (시즌 2)

by 두목의진심 2016. 2. 5.
728x90

 

 

작년 드라마를 통해 미생(未生)이란 단어를 현대에 숨을 헐떡이며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의 가슴에 각인시킨 윤태호 작가의 <미생>10권 포석을 시작으로 시즌 2의 화려한 컴백 했다. 시즌 1의 원 인터에서 살아남기를 위한 발버둥을 리얼리티 넘치게 묘사했다면 이번 시즌 2를 여는 포석부터는 기업 내의 샐러리맨 이야기가 아니라 기업 대 기업의 전쟁을 예고하는 느낌이다. 원 인터와 온길 인터의 사뭇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펼쳐질꺼라는 기대감이 넘친다. 책을 읽다 보니 계약직의 처지에서 순식간에 뒤바껴 버린 회사의 분위기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요즘의 내 처지가 새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확연함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그런지 인턴에서 밀려 났지만 온길 인터에 휩쓸려 둥지를 틀은 장그래의 처지가 오히려 부럽기까지 한 이유다. 난 여길 벗어나면 어째야 하는가.


원 인에서 상사와의 갈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박차고 나온 김동수 부장이 거래처의 제안으로 회사를 만들고 오상식 차장과 손을 잡고 김부련 부장을 사장으로 엽입하여 온길 인터내셔널을 설립한다. 여기에 싼 맛에 장그래가 합류하고 원 인터에서 갈 길을 잃고 방황하던 김동식 대리까지 다시 손을 잡는다. 이렇게 다시 모인 주역들이 과연 거센 풍파를 이겨내고 온전히 성장할 수 있는가가 흥미로울 수 있는 건 현재가 불투명한 우리네 모습이 보여서 일게다. 가슴 한편에 사직서 하나 굳게 집어넣고 비장하게 하루를 버티는 직장인들에겐 "나도 언젠가 내 회사를 하고 만다"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랄까. 이런 우리의 바람을 짊어진 온길 인터가 잘 되기만 바랄뿐이다.


<미생 10권 포석>편은 시즌 1의 조훈현 9단이 아닌 이창호 9단이 모델이다. 사실 이창호 9단이 응팔이의 최택이 모델이어서 일까 그에 관한 인터뷰를 읽으면서 무표정하고 멍한 모습의 택이의 얼굴이 스치며 괜히 흐뭇해지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는데 아쉬운 점은 내가 바둑을 모른다는 점이다. 전혀. 복기에 대한 설명이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게 만드는 데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인생의 삼라만상을 설명한다는 바둑을 미처 배워두지 못함이 후회가 될 정도다.


만화는 사실 텍스트보다 그림에 집중되는 게 당연하지만 <미생>은 그림보다는 텍스트에 더 집중된다. 그 안에 깊이 있고 뼈있는 말들이 공감을 자아내기 때문인데 그래서 더욱 몰입되게 된다. 이제 시작된 10권. 벌서 11권을 기다린다. 장그래의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한 부기는 과연 잘 될 것인지도 궁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직장인 판타지를 그린 이유는 애초 우리는 무엇을 위해 한 공간에 모였으며, 무엇을 하려고 했고, 무엇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내하는가에 대해 그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많은 부분을 들어내서라도, '일'에 몰두한 사람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사는 어째서 그 '일'조차 잘하기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얻고 또는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p6 <작가의 말>

 

 

 

 

 


글 : 두목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