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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에세이] 허즈번드 프로젝트

by 두목의진심 2016.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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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는 "슈퍼맨 아빠"가 날아다니고 "요섹남들"이 주방을 점령하고 있다. 남자는 남편으로부터 아빠가 되기까지 일종의 히어로가 되어야 한다는 게 시대 흐름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나에겐 말도 안되는 일이고 될 수도 없는 히어로다. 그래서 아주 최소한의 좋은 남편이나 아빠가 되는 법을 배워 볼까하고 <허즈번드 프로젝트>를 집어 들었다. 나에겐 일종의 "좋은 남편 설명서"가 필요했다.


저자가 시니컬한 아내를 비롯 떠들석한 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엮어 나가는 "좋은 남편 되는 법"은 저자의 연애사를 비롯 소소한 일상의 일들이나 아이들과의 육아 등을 경험담에 녹여 내고 있다.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비법서 같은 걸 기대해서 그랬을까? 시종일관 아내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야기가 사실 좀 시무룩하게 만든다. 특히 "5장의 나는 쓸모있는 존재인가?"를 읽을 때는 절정에 치달았다. 남자, 아니 남편의 존재에 대한 이러쿵 저러쿵 내리는 평가는 불편함을 넘어 불쾌하기까지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반박할 그 무엇을 찾기 어렵다는 게 슬프다. 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크게 부부에 관한 담론은 비슷하다. 여우같기도 하고 때론 맹수같은 아내에게 기죽지 않으며 침대에서 원만한 애정을 나눌 수 있는 그런 현명한 남편이 되기란 쉽지 않음에도 그런 방법들에 대한 저자의 경험담을 쏟아 내고 있다.


하지만 아내에게 가족의 평화와 원만한 아내와의 관계를 위해서는 잘못을 인정해야 하고 그런 비법이라고 소개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솔직히 재미가 펑펑 솟지는 않았다. 더우기 17장의 "마법이 살아 숨 쉬도록"을 보면 그가 보여주는 아내에 대한 사랑 표현법은 서글프기 까지하다. 이미 10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아내를 사랑하는 방법으로 처방받은 "하루에 네 번 껴안기"는 세 번을 껴 안았을 뿐인데 아내는 사라져 버리고, "속삭임 치료"에는 아내에게 머리 빗으로 얻어 맞기까지 한다. 좋은 남편이, 좋은 아빠가 거저 되는 게 아니겠지만 남자가 아닌 히어로가 되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게 여겨진다.


"당신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전략의 훌륭한 이점 중 하나는 부부관계에서는 누구도 못된 승자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실수를 억지로 인정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큰 기쁨이 생기지 않는다." -p83 <잘못된 사람 되기>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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