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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 YOU CALL IT PASSION]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긴 어렵지

by 두목의진심 2015.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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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취업이 어려운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을 고발하는 영화인 듯 싶었다. 명문대 신방과 톱이었던 도라희(박보영)은 입사지원한 여기저기 다 떨어지고 결국 흘러들어 온 신문사에서 연예부 수습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첫 날, 동기 수습들과 모여 쓴 소리를 토해낸다. 이런 취급을 받으려고 죽기 살기로 공부한 게 아니라고. 그리고 수습동기의 카운터 펀치는 이럴려고 학자금 대출받아 졸업한 게 아니라고 토로한다. 나아가 졸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되는 현실을 꼬집고 그런 현실에 월급을 받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버텨야 한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들려준다.


여기까지 보면서 관객은 아픈 청춘들을 위로라도 하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들의 현실에 백퍼 공감을 보낸다. 그래, 현실은 너무 냉혹하고 "세상은 좁고 할 일은 적으니까." 이해가 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어째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되기 어려운 흐름으로 돌아 서는 느낌이다. 콕 집어 말하자면 "기레기들"의 변명이랄까? '우리도 어쩔 수 없다. 먹고살기 위해선 저널리즘 같은 건 포기해야 하고 내 밥 그릇은 지키는 게 뭐가 나쁘냐?'라는 자기 변명 같은 걸 막 던지는 듯 하다. 물론 영화의 흐름상 연예부 취재기자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마치 연예인을 물어 뜯기 위해 존재하는 개떼처럼 몰려 다니는 정도로 비춰지고 있다. "정의"나 "신념" 같은 건 애초에 없고 단지 "특종"만 있는 것처럼. 이건 열정으로 대변될 수 없지 않은가.


도라희를 통해 열정같은 걸 지니지 않은 채로 입사는 했지만 열정으로 뭉친 기자가 되어가는 성장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 "특종"에 밥줄이 걸려 있는 현실에 어쩔 수 없는 기레기들로 전락해 버린 현실에 공감이 주가 되버린 듯해서 아쉽다. 거기에 정계와 재계를 비롯 손이 안 닿는 곳이 없다고 하는 대형 기획사 대표의 음모나 술수가 좀 더 치밀하지 못했다는 점이나 수습 기자의 기사 하나에 무너지는 현실도 크게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는 점 역시 그렇다. 병원 문을 나서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긴 어렵다"는 모습을 보여준 도라희의 모습이 "기레기들"의 변명일까 아니면 빗나간 정의를 일삼고 있는 "누군가"를 향한 일침일까.


어쨌거나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원작의 의도와는 달라 아쉬웠지만 그나마 수습에서 정직으로의 제대로 된 기자가 되어 가는 도라희에 박보영이나 버럭질 해대는 하재관 역시 "정의"와 "현실"에 고뇌하는 캐릭터에 정재영은 제대로 자기 옷을 입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굿 캐스팅이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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