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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아델라인:멈춰진 시간 :: The Age of Adaline] 영원한 젊음과 상실에 대한 판타지

by 두목의진심 2015.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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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제도 그러랬고 누구라도 그러하듯 늙지않는 영원한 젊음을 바라지 않을까? <아델라인:멈춰진 시간>에서는 "정말 그러한가?"를 관객에게 질문한다. 남편을 잃고 딸과 홀로 지내는 아델라인(블레이크 라이블리)가 켈리포니아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눈발이 날리는 도로를 달리다 사고가 난다. 물 속에 잠긴 아델라인의 차 위로 번개가 떨어지고 감전된 아델라인은 DNA의 변화로 29살이라는 나이에 멈춘다. 이런 살짝 과학적인 이론을 곁들인 판타지 요소를 적용해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영화는 나름 흥미롭게 시작한다. 아주 오래전 멜 깁슨이 출연한 <왓 위민 원트>에서도 드라이로 머리를 말리다가 욕조에 빠져 전기에 감염돼 다른 사람의 생각이 읽히는 능력자가 되는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어쨌듯 이런 있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포장된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는 아델라인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그토록 찾아 헤메던 젊음을 가졌건만 아델라인에겐 거의 불행을 넘어 재앙 수준으로 그려진다. 늙지 않는다는 것은, 세월을 함께하지 않는 것은 추억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야만 하는 아픔과 상실이라는 점을 말한다. 107살이지만 29살에 만든 추억이 전부인 그녀의 삶은 말 그대로 멈춰버렸다. 아쉬운 점은 밋밋하게 끌어가는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낡은 사진과 아델라인의 헤어스타일과 패션으로 보여줄 뿐이고 그녀의 삶의 궤적은 오히려 현재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과거를 보려고 하지 않아요"라는 아델라인의 대사는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의 삶을 지적하고 있겠지만 실상은 아델라인 역시 미래를 그릴 수 없음으로 과거를 추억하는 것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미래를 설계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상실감이랄까.

그러던 그녀가 새해전야 축제에서 우연히 만난 엘리스(미카엘 후이스만)와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리고 깊은 관계를 허락한다. 사랑과 비밀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오래전 사랑했지만 청혼을 받을 수 없어 떠나야만 했던 윌리엄(해리슨 포드)을 떠올리며 사랑을 선택한다. 사실 영화는 이 이후 월리엄과의 회상 씬을 통해 아델라인의 아픔을 조명하고 있지만 그다지 강렬하지 못하다. <아델라인:멈춰진 시간>은 관객들에게 "원하지 않은 젊음"이 주어진다면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선에서 마무리 된다. 더 이상 늙지 않는 아델라인은 점자를 더듬으며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한 게 아닐까. 그리고 떡 하니 마법을 풀어 줄 왕자가 등장하고. 뭐 어쨌거나 흥미로운 소재의 이야기였지만 달달한 로멘스나 격정적인 아픔이나 슬픔은 없고 그저 아델라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하는 정도였다.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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