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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사도 : The Throne] 애증으로 뒤엉킨 슬픈 가족 이야기

by 두목의진심 2015.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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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으로 뒤엉킨 슬픈 가족 이야기를 역사를 빌려 말한다. <사도>는 영조가 자신의 아들인 이선(愃, 훗날 사도세자: 思悼世子)을 뒤주에 가둬 죽인 비정한 사건인 임호화변(壬午禍變)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는 이미 잘 알려진 참혹하고 가슴 아픈 가족사임에도 왕가의 법도와 예절에 가려진 이 사건을 이준익 감독의 시선으로 재해석 하고 있다. 영조는 52년의 재위기간 동안 탕평을 이뤄낸 업적이야 여러 매체에서 다뤘으므로 말하지 않아도 알 사람은 다 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그의 업적을 치하하는 데는 분량을 할당하지 않고 그의 콤플렉스, 천한 후궁의 자식이라는 점과 이종 사촌 형인 경종을 독살하고 왕위에 올랐다는 속설을 드러낸다.

자신 역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떳떳하지 않은 일들. 당시 세력인 노론과의 결탁으로 이루어졌던 공공연한 의리에 갇힌 영조의 속내를 드러내는 동시에 영조가 마흔이 넘어 본 사도세자에게 가진 기대는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제왕으로써의 기질을 키우기 위해 혹독한 교육을 시킨다. 하지만 아버지 영조의 기대와는 달리 무인의 호탕하고 다혈질적 기질을 보이며 글 공부를 등한시 하는 사도세자에게 영조는 점점 가차없는 비난과 힐난을 한다. 어느 정도 찌질한 모습을 보이는 영조는 양위파동과 대리청정을 통해 세자를 괴롭힌다. 사도세자가 일사분란하게 정사를 풀어나가자 영조는 좁은 속을 드러내며 질투하기도 한다. 허울뿐인 대리청정에 아주 작은 것조차 자신의 듯대로 하지 못하는 사도세자의 답답함은 점점 울분으로 변해가고 아버지와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역사의 관점이야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왕가의 가족사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입장을 달리 보여주며 감독은 관객들에게 "누구의의 편을 들어 줄 것인가"를 통해 편가르기를 은근 기대하는 듯 하다. 사실 이야기를 통해 보면 역사를 빌려 슬픈 가족의 이야기를 현대로 끌어오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그 아래 숨이 턱턱 막혀 하는 아들의 이야기, 거기에 누구 편도 들 수 없는 입장이 어쩡쩡한 엄마. 지금 현재 우리네 모습이 보인다. 좋은 대학, 좋은 미래나 성공은 공부를 잘하는 것일 뿐이라고 아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명을 어길 수 없어 하기 싫은 공부를 하기 위해 학원으로 돌아다니며 서서히 자존감은 무너지고 질식해 간다. 그런 아들의 뒷바라지를 성심껏 하지만 남편의 눈치를 보며 남편과 아들의 갈등의 골이 깊어갈 수록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엄마가 있다.


 

사실 좁은 뒤주에 갇혀 환상에 시달리며 서서히 질식해 가던 사도세자는 실상은 큰 뒤주(궁궐) 안에 갇혀 왕가의 법도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문(文)을 익혀야만 하는 처지에 숨이 막혀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콤플렉스를 알기에 아버지를 이해하려 했으며, 자신 역시 아버지와 같은 처지인 천한 후궁의 자식이라는 신분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으로 괴로워 했을 것이다. 어머니인 영빈이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아버지에 대한 애증이 뒤 섞이고 아내인 혜경궁 홍씨 역시 불안한 삶에서 아들 산(祘, 훗날 정조)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만약 아버지에게 힐난 받던 사도세자를 이해해주고 다독이고 위로해 주었더라면 참혹한 가족사는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왕과 세자의 사이는 원수지간이다"며 왕가의 비극은 운명이라 말하는 영조와 그런 아비에게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라 하소연하며 따뜻한 부정을 원했던 사도세자와 "그 날, 저는 제 아비의 마음을 보았습니다."라며 아비의 슬픔을 가슴으로 묻은 정조의 이야기가 먹먹하지만 부정(父情)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의 첫 장면이 관에서 벌떡 일어나 칼을 뽑아 들고 궁으로 들어 가는 장면과 뒤주에서 죽은 아들의 시신을 쓰다듬고 개선풍악을 울리며 궁으로 회궁하는 마지막 장면의 영조 앞에 꿇어 앉은 모습의 사도세자의 모습은 넘을 수 없는 경계 앞에서 사그라지는 아픔이다. 사직과 손자 산을 지키기 위해 아들을 광인으로 몰아 죽일 수 밖에 없다는 회한을 토로하는 영조의 상실, 또하나 사도세자의 묘 앞에서 혜경궁 홍씨가 "이 떳떳한, 아들을 보세요."라고 조용히 읇조리는 대사는 그동안 끊임없이 괴롭히던 적통에 대한 세간의 이목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변명이 아니었을까. 어쨌거나 사도세자의 비극을 통해 비틀린 슬픈 가족사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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