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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에세이/일본] 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by 두목의진심 2015.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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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들이 인생을 이야기 할 때는 무겁거나 힘겨운 삶에 빗대어 자신의 피로한 사정을 토로한다. 그런 묵직한 이야기를 가볍게 그리고 살짝 들뜬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을 만났다. 바로 <인생에 화를 내봤자>라는 에세이다. 만년 노벨 문학상 후보였다는 타이틀에 왠지 인생을 주제로 무겁고 심오한 철학적 명제를 던져 줄 것같은 기대감 같은 게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제목만 봤을 때는 작가가 어지간히 성질을 부리는 사람인가 보다 하며 재미있겠다 싶은 호기심도 일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그런 심오하고 어려운 철학적 이야기는 없고 말 그대로 저자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가 조금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글에 나타나는 이 노인네의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뜻밖이었다. 우리나라의 가부장적 모습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모습이 보여 피식피식 실소를 보이며 읽게 된다. 생활에서 부딪치는 여러 가지의 일들을 저자의 관점에서 재미있게 적고 있다. 저자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늑골 8대나 버렸고 간도 간당간당 하며 축농증이 심해 잠을 자는 게 고통일 정도다. 말 그대로 어지간한 병이란 병은 다 가지고 있으면서 재미있게 살려고, 아니 놀려고 궁리한다는 느낌이다. 어찌보면 애들 같다고나 할까. 이 정도로 노구(老軀)에 병까지 달고 산다면 화를 안내야 안낼 수 없을텐데 그래봤자 달라지는 게 없으니 속 편히 살라고 충고하고 있다.


<인생에 화를 내봤자>는 이런 짤막짤막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쉽게 읽힌다. 인생에 대해 통찰하는 가르침은 없지만 인생을 무겁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 정도는 알려주는 책이지 않나 싶다. 나 역시 빛나는 이십대를 뜻하지 않은 사고로 장애를 입게 되면서 원망하고 억울해 하고 지냈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 역시 문득문득 억울해 하지만 그래봤자 달라지는 게 없으니 "인간은 고물이 되어도 힘을 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인생을 어떻게,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삶의 재미가 달라지지 않을까. 나도 힘 좀 내 봐야겠다. 좋다 이 책. 노벨상 후보였다는 저자의 <침묵>이라는 작품도 찾아봐야겠다.

 

"그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헛된 시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p100 <멍하니 있는 시간의 힘>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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