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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소설/역사] 나라 없는 나라: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by 두목의진심 2015.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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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이긴자의 이야기라고 했던가. 사상과 이념이 개입되는 역사는 늘 그렇듯 관점을 어디다 두는가에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이광재 작가의 <나라 없는 나라>를 읽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좀 편협한 시각일지 모르나 한 호흡에 읽어내려 가는 힘이 어쩐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을 읽는 것 같은 두근거림이 일었다. 개화기 불안한 조선말의 이야기. 익히 알고 있는 수구세력의 흥선대원군과 개화세력의 명성황후의 힘의 구조에 들고 일어난 동학혁명. 전란을 휘도는 세세하고 디테일한 묘사에 전봉준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달픔이 전해진다. 이 책에서는 민씨 일파로 표현되는 데 아마 전봉준과의 대립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나라 없는 나라>는 조선말, 개화기에 무너져가는 국운을 참다 못한 민들이 들고 일어난 동학혁명을 진두지휘 했던 전봉준의 이야기가 큰 줄거리다. 국사 교과서에서 배우던 동학혁명의 수장인 녹두장군쯤이야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가 수구세력의 흥선대원군과의 결탁이나 "일본놈들의 매"로 지칭되던 개화파의 잔당들의 이야기 혹은 인물들이 어디까지가 실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럴법한 이야기에 안타깝고 답답하고 공분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겨야 했다. 요즘 국사 교과서를 단일화 하겠다는 현 정권과 맞물려 더욱 공분하게 되지 않았을까 한다. 역사는 분명 누구의 입맞에 맞게 천편일률로 획일화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므로.


흥선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설사 이루어졌더라도 조선의 미래는 망국이 아니었을까 싶기는 하다. 여전히 반상의 법도만 놓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파당정쟁을 멈추지 않았을 위인들이었을테고 흥선 대원군 역시 아들을 버리고 손자를 왕의 자리에 앉히고 수렴청정으로 자신의 세력만을 키웠을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명성황후의 개화정책 역시 조선의 암울한 현실을 그다지 밝게 해주었을지 어쩔지는 모른다. 개화를 주도하는 인물 역시 양반으로 반상의 법도를 쉬이 포기하기 어려울테니 말이다. 어쨌거나 <나라 없는 나라>이런저런 불안한 정세에 일어난 이야기들을 빠르고 짧은 호흡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농민동학혁명을 통해 그들의 아픔을 조명한 이야기가 가슴에 남는다. 을개와 이철래의 죽음이 가슴 절절하며 망국의 미래를 염려하던 을개의 물음에 녹두장군의 답이 가슴에 박혔다. 그러므로 일본놈들의 매들을 끝까지 쫒아 그들이 누렸던 모든 것을 빼앗아 이름없이 죽어간 이들을 후세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들이 살아 남을 수 있도록. 반드시.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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