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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 알바생 자르기 : Fired

by 두목의진심 2015.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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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책이다. 불편한 감정이 들지만 누구의 편(便)도 될 수 없는 어정쩡한 마음가짐이 된다. 눈에 띄는 최신 작가의 소설을 묶어 영문번역까지 진행하는 K-픽션 시리즈 중 13번째 작품인 <알바생 자르기>를 읽었다. 솔직히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렸다. 삼포를 지나 오포세대가 널린 대한민국의 요즘 "자른다"는 행위 자체가 불편할 수 밖에 없는데도 제목을 이렇게 자극적으로 내세울 정도라면 소위 말하는 군림하는 "갑"과 휘둘리는 "을"에 대한 내용이라 생각했다. 마흔 중반을 넘긴 "을"의 입장에서 그것도 목숨 줄 간당간당한 계약직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제목뿐만 아니라 책 자체가 독특하다. 한쪽은 국문 다른 한쪽은 영문이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의욕도 책임감도 없는데다 근태까지 별로인 알바생 혜미를 자르는 문제로 고민하는 상사인 은영의 입장에서 직면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뻑하면 지각하고 늘 변명하고 시키는 일만하려는 수동적인 업무태도와 근무시간에 병원을 다니는 혜미는 직장 내 있으마나 한 존재이며, 은영의 시각에서 알바생부조리한 면을 부각시키는 존재다. 은영의 입장에서는 측은지심으로 잘 해줬지만 달라지지 않는 잘라야 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렇게 이야기는 은영의 시각으로 이어지다가 혜미의 입장으로 급반전 한다. 부당한 해고라는 점을 내세우며 혜미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소위 은영이 뒤통수 맞았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알바생의 권리"를 내세워 당당해지는 혜미의 시각이 불편하다.


<알바생 자르기>는 작가의 의도가 직장 내 관계의 부조리를 이야기 하고 있는지 아니면 창작노트에서 밝힌 급변한 80, 90년대의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춰 노동자의 권리를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한 지적인지 잘 짚어내지 못하겠다. 어쩌면 "갑질" 문제로 시끌한 요즘 무엇이 진정한 "갑질"인지 화두를 던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거나 은영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존재였지만 혜미에게는 약자냐 강자냐를 따지기 보다 약자의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알바생 자르기 Fired

저자
장강명 지음
출판사
주식회사 아시아 | 2015-10-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나 이 아이 어떻게 해야 해?” 이상한 나라의 갑과 을 88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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