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시집을 좋아하는데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시는 정말이지 요즘 말로 "심쿵"하게 만들었었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것이었다가 / 다시 문이 닫힌다 / 사랑하는 이여 / 오지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가고 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어쩌면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지.. 황지우라는 시인을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올해 새로이 출간된 시집 <나는 너다>를 딸아이에게 생일 선물로 받았다. 그 기쁨을 말해야 무엇할까. 시는 천천히 아끼며 활자와 함께 호흡하면서 읽는다. 눈으로 읽고 소리내어 읽고 가슴으로 읽는다.
<나는 너다>는 유신시절 이데올로기의 이념적 갈등과 혼돈으로 고통받았던 지식인들의 고뇌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헌데 개인적으로 느끼는 이 시집은 시인의 어지러운 마음을 표현하듯 난해하고 어렵다. 더더구나 한자가 많아 더 어렵다. 그래서 한 번은 천천히 눈으로 읽고, 두 번째는 옥편을 옆에 두고 천천히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 애쓰며 읽는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가슴으로 읽는다. 이 가을, 사랑타령이든 혼돈으로 점철된 이야기던 말장난이든 모든 시는 아름답고 시리다.
"너무 가지 말자. / 너무 가면 없다! / 너는 자꾸 마음만 너무 간다." <130-1>
글 : 두목
'마음가는데로서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만화] 아이사와 리쿠: 逢澤りく (0) | 2015.10.20 |
---|---|
[문학/자기계발/화술] 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 백 마디 불통의 말, 한 마디 소통의 말 (0) | 2015.10.16 |
[인문/글쓰기] 글쓰기는 주제다: 남영신의 주제 중심 글쓰기 수업 (0) | 2015.10.07 |
[문학/과학/인문]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5 (0) | 2015.10.05 |
[자기계발/성공처세]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돼라: 예술계 하버드,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의 크리에이티브 명강 (0) | 2015.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