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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션사인 러브: Sunshine Love] 지금 당장이 찌질하다고 해서 모두 비루한 인생은 아니다.

by 두목의진심 2015.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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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사인 러브>는 지금 당장이 찌질하다고 해서 모두 비루한 인생은 아니므로 청춘은 어디까지나 진행형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당장의 목표가 공무원으로 신림동 고시촌에서 10년째 머무르는 길호(오정세)는 그 많던 꿈들을 결국 "나는 공무원이다"라는 다짐으로 귀결시키고 현실 역시 그 자리에 머무른다. 달호와 마찬가지로 고시촌에서 머무르는 군상들 역시 공부는 뒷전이고 만화와 무협으로 현실을 도피한다. 이들은 닿을 수 없는 이상향처럼 상상 속에 조차 공무원이라는 설정이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화려한 도심 빌딩 위로 달리는 은하철도 999에 자신들을 태우고 현실에서 탈출 하려한다.


영화는 시험에 족족 떨어지며 "쓸모없는 인생"으로 스스로 낙인 찍는 청춘들에 대한 답답함을 대변한다.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직장도 없는 데다가 애인도 없다"는 달호에게 우연히 자신을 쫒아다니던 정숙(조은지)을 만나면서 급작스레 달달해지지만 결국 현실에 막혀 헤어진다. 10여년을 해오던 어쩔 수 없는, 다른 것을 시도할 수 없는 현실의 두려움으로 자신의 꿈이 공무원인지 뭔지도 선명하지 않은 달호는 결국 저쩌다 보니 무협작가 된다. 글쎄다. 솔직히 내용으로만 본다면 특별한 재미를 주는 요소도 없다. 답답한 현실을 뜬금없이 삽입되는 동떨어진 영상들과 SUV 뒤에서 나오는 스쿠터 같은 유머코드는 오히려 마이너스적 요소다. 은하철도를 타고 날아 오르는 연인들이라니.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나쁘지 않은 이유는 영화 전체를 끌어가는 두 배우의 힘이다. "우리 어제 우유 마셨어?", "요플레였네" 같은 선택하지 않은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투명한 미래를 벗어나기 위해 정숙에게 조급한 선택을 종용받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한 템포 늦는 달호의 반응이나 대사는 충분히 답답한 청춘들이 보여주는 현실이 아닐까 싶다. 화려한 미래가 보장되지도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날 어떠한 구멍도 보이지 않는 청춘들의 무거운 일상을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한편으로 장난스럽지도 않은 영화다. 끝날 것 같지 않는 불안한 청춘들에게 "가장 빛나는 순간"을 묻는 이 영화는 가을이 더 슬프다.

 


션샤인 러브 (2015)

Sunshine Love 
8.3
감독
조은성
출연
오정세, 조은지, 송삼동, 박재철, 이미도
정보
드라마 | 한국 | 84 분 | 2015-09-17
글쓴이 평점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선샤인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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