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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오피스: Office] 진정한 공포는 관계의 단절이다

by 두목의진심 2015.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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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는 사무실이라는 공간적 폐쇄성을 "공포"라는 장르로 표현했다는 영화 홍보가 꽤나 설득력 있어 보고싶던 영화였다.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학창시절부터 친구나 동기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것을 배운다. 그런 점에서 미적거리거나 인정에 내몰리면 도태되고 호구로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영화 <오피스>의 김과장(배성우) 역시 "사람좋고 일은 열심히 하는데 융통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한다. 이런 사람 좋은 김과장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손사래 치는 인턴 미래(고아성) 역시 "성실하고 자신의 일만 열심히 한다"는 이유로 정규직 심사에서 내몰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는 이런 회사 내 인간관계에 대한 기준이 "실적평가"라는 가치척도로 판가름 나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또 승진이나 인사 고가에 대한 점수를 위해 걸핏하면 야근과 주말에도 회사 일에 동원되야 하고 부당한 인격적 모독에도 감내해야 하는 회사는 더 이상 미래를 위해 희망을 갖는 곳은 더 이상 아니다. 이 영화에서 한 손에 망치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서 있거나, 사시미 칼을 꽉 쥐고 "마음이 편해진다. 내게는 묵주 같은 것"이라고 위안하는 김과장이 섬뜩한 게 아니고, 완전히 오픈되지 않은 사무실에서 경쟁에 밀려나지 않기 위해 밤 늦은 시간 야근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누군가의 시선은 그야말로 공포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피스>는 이런 무한경쟁에 내몰린 직장 동료와의 단절된 소통과 비인간적 경쟁을 적절히 공포스럽게 이어 붙혔다. 불투명한 내일로 인해 만들어지는 환청과 환각은 불안한 직장인의 심리를 적절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인성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요즘, 지방에서 서울에 취직을 하기 위해 어릴때부터 사투리를 쓰지 않고 비싼 방 값으로 두 시간이 넘는 출근 길을 고생 길로 여기지 않는 인턴과 미국 명문대학원을 나오고 잠실에 살지만 회사 근처에 원룸을 얻은 새로운 인턴을 통해 인성의 잣대가 인맥이나 학벌, 경제적 여유로움 등으로 평가되는 자본주의의 현실을 꼬집는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공포는 회사 내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도 회사의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임원들이나 잘려나가거나 죽어나간 동료들에게 무심한 직원들, 또 그 자리를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순식간에 채워지는 현실이 아닐까 싶다. 거기다 승진을 위해 진실을 알고도 덮어 버리며 경찰도 역시 회사원일 뿐이라는 메세지는 더 이상 자본주의에 대한 가치는 희망을 논하지 않는다는 게 아닐까. 현대는 인간관계의 확장이 주는 건조함과 피로함은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절절하다. 많은 부분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미친 존재감을 내뿜는 김과장 역의 배성우는 이 영화의 씬스틸러다.

 


오피스 (2015)

Office 
6.5
감독
홍원찬
출연
고아성, 박성웅, 배성우, 김의성, 류현경
정보
스릴러 | 한국 | 111 분 | 2015-09-03
글쓴이 평점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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