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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리뷰

[미라클 벨리에: La famille Bélier] 침묵, 그러나 너무 수다스러운 가족

by 두목의진심 2015.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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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소재로 하는 영화나 책은 대부분이 1인칭 입장에서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한 관객들에게 뜨거운 눈물과 감동을 주는 내용이다. 결과론적으로 "뻔"한 이야기가 되버린다. 남들과는 다른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극복하고 남들과 같은 혹은 같아지려는 노력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희망을 준다는 메세지는 이제 신파로 느껴질 정도다. 이런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게 아닌 "인정"해야 한다는 시선인 영화 <미라클 벨리에> 를 봤다.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생각이 완전히 달라진 영화다. 뻔한 영화이겠거니 했는데 너무 행복해진 영화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기적"이 좀 의아하지만, 이 영화는 기적이나 장애 극복류의 1인칭 시선이 전혀 아니다. 개인적으로 제목은 낚시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벨리에 가족"이라고 하는 게 맞다. 이 영화의 원작은 실제 청각장애 가족과 살았던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 원작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장애"라는 "다름"이 무겁지 않으면서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어 나도 모르게 미소가 피식피식 흘러 나왔다. 이 영화가 좋은 점은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듯 하다.

네 가족 중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는 폴라(루안 에머라)는 가족 안에서 "다름"으로 장애처럼 느껴진다. 가족은 침묵 속에 살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시종일관 이야기하고 떠들고 싸우는 이 가족, 너무 수다스럽다. 또한 청각 장애를 가진 다른 가족들은 구김없이 너무 밝고 엄마 지지(까랭 비아)와 아빠 로돌프(프랑수아 다미앙)는 개구지기까지 하다. 갑작스럽게 폴라가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갖게 되면서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 흔들린다. 사회와 소통의 역할을 해주던 폴라의 부재가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장면은 장애를 가지고 사회에 편견이나 차별을 당하지 않고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한 메세지를 던진다. 또한 저돌적인 아빠 로돌프를 통해 장애인이 무조건적인 비장애인에 대한 역차별이 존재함을 넌지시 던져 주기도 한다.

시장이 장애인으로 선거에 출마한 아빠를 비아냥 하자 폴라는 멍청한 사람도 찍어주는 유권자니 장애는 문제될 게 없다고 일침을 가한다. 이런 장면과 대사들에 "장애"는 그저 "다름"일 뿐이지 "문제"가 되지는 않다는 메세지를 담담하게 벨리에 가족을 통해 이야기한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폴라와 가브리엘의 듀엣 장면에 소리를 제거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청각 장애를 경험하게 하면서 가슴 먹먹해지는 순간을 벨리에 가족과 공유하게 한다. 과하지도 않고 모자르지도 않게 "장애"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게 하는 이 영화가 너무 사랑스럽다.

 


미라클 벨리에 (2015)

The Belier Family 
8.3
감독
에릭 라티고
출연
루안 에머라, 까랭 비야, 프랑수아 다미앙, 에릭 엘모스니노, 록산느 듀란
정보
드라마, 코미디 | 프랑스 | 105 분 | 2015-08-27
글쓴이 평점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미라클 벨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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