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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청소년] 옆집 아이 보고서: 비루한 청춘의 웃기고 눈물 나는 관찰 일기

by 두목의진심 2015.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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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당선작인 <옆집 아이 보고서>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로 표현되지 않을 정도로 불안정한 고교 시절의 표상을 이야기 한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편리하게도 나쁘거나 아프거나 상처인 것보다 좋은 것을 더 많이 기억한다. 물론 당한 사람의 기억은 그 반대이겠지만. 이 책은 흔들리는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재미있는 대사로 일진이라든지 양아치라든지의 폭력적이거나 아픈 기억들을 끄집어 내며 무겁고 아픈 이야기로 공감대를 자극하려는 작위적인 내용을 피하고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흔들리는 청춘들의 아픈 상처는 "어떻게?"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하고 있다.

 그냥 좀 말썽피고 제도에 비뚤지만 귀엽게 대항하려는 무민과 녀석의 소녀 혜령이, 그리고 왠만하면 옳은 일 따위는 하지 않으려는 녀석의 마음을 대책없이 흔들어 하게 만드는 옆집 소녀 순희를 통해 말도 되게 답답한 현실을 꼬집는다. 학교에서 말썽을 피운 탓에 짤리 게 생긴 무민은 자신은 어찌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자신 때문에 학교에 왔다갔다 하는 수고는 고생하는 부모님을 생각해 덜어드리려 작정하고 담임인 빡세에게 매달리다 무단 결석중인 순희를 학교에 출석시키라는 미션을 받는다.

빡세와 협상은 했지만 시큰둥한 무민은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다가 어느 날 아파트 난간 위를 곡예하듯 거니는 미친애가 신경쓰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흥미로워진다. 담임 빡세가 설치해놓은 몰카로 순희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자다말고 새벽에 일어나 울부짖고 먹는거라곤 우유에 밥만 말아먹는 아이, 어두운 방안에 갖혀있기만 하는 미친애가 어느 날 손목에 칼을 대고 불길이 치솟는 방안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포기하는 미친애를 위해 무민은 아파트 5층 베란다를 넘나들며 순희를 구하지만 자신과 빡세의 거래로 마음이 불편하다.


이야기는 속도감 있으면서 재미있다. 더군다나 대사 자체가 웃기다. 200페이지 넘는 책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 버렸다. 너무 재밌다. 근데 무민이의 36일간의 순희 관찰이 끝나갈수록 답답하고 화나고 짜증나고 그리고 너무 미안해진다. 무민이가 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무민이가 순희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어른이라서 미안하고 슬프다. 예전 영화 <파수꾼>을 보면서 느끼던 답답함보다 더하다. 여전히 학교폭력은 존재하고 여전히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삶이 순탄한지도 이해되지 않지만 그런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게 만드는 다름아닌 어른이라는 게 너무 미안하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제도를 만들지 못하는게 속상하다. 정말 재미있는 책이지만 그보다는 몇만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특히 작가의 말을 읽으며 미루어 짐작하건데 작가 혹은 주변의 누군가의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어 더 마음이 아린다.

"세상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처받고 고통받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그들의 손을 붙잡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괜찮아, 그건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 - 작가의 말 중에서.

 


옆집 아이 보고서

저자
최고나 지음
출판사
한우리문학 | 2015-08-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순희가 갇혀버렸다. 그날 그대로인 달력, 순희에게 무슨 일이 있...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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