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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인문/언어]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 고종석의 언어학 강의

by 두목의진심 2015.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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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는 무작정 호기심이 치밀어 올랐다. 왠지 언어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은,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야하거나 혹은 피식피식 웃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은 기대와는 다르게 온전히 언어에 대한 "지적 유희"를 말한다. 기자출신의 언어학자의 입장에서 피력하는 언어학적 고찰이다. 대학로의 벙커1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지만 그 곳에서 언어에 대한 네 차례의 강연 녹취를 활자로 찍어 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읽지만 누군가 옆에서 주절주절 이야기 해주는 듯 느껴진다.


언어에 대한 세계사적 흐름이나 본질, 철학적 탐구를 총 4개의 장으로 나눠 이야기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어렵다. 언어에 관한 기본적 상식수준도 없는데다 문장 하나 완성하는데도 단어나 띄어쓰기 조차 버벅거리는 처지라 "말"이 아닌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기란 아무리 저자가 쉽게 풀어준다 하더라도 쉽지않다. 언어학적으로의 언어에 대한 체계나 형식, 사회학적인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는 자주 "아시죠?", "이해하셨나요?" 등의 질문을 한다. 물론 강연을 옮긴거라지만 그런 질문들이 뜨끔거린다. 결국 온전한 이해는 불가했지만 이 안에 담긴 거대한 의미는 충분히 제목처럼 아름답긴 하다.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를 읽으려는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처음부터 등장하는 "파롤", "랑그", "다이글로시아", "멀티글로시아", "헤테로글로시아", "링구아 프랑카" 등 낯설고 어려운 언어학적 용어나 인물들, 세계사 수준의 지명 혹은 기타 어려운 부분들을 몰라도 이해하는 척 넘어가면 2장부터는 훨씬 수월해지면서 재미있기까지 하다는 점을 일러주고 싶다. 비록 인류사적 언어에 대한 본질은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지적 탐색을 한 느낌이 들어 뿌듯하기도 하다. 다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언어에 관련된 것들에 대해 "감염"이라는 어휘보다 "영향"으로 해석하는 게 덜 무섭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어에서는 차이를 낳지만, 대립하지만, 영어나 프랑스어에서는 대립하지 않아요. 차이를 낳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 실체라는 것, 디귿​ 소리, 티읕 소리, 쌍디귿 소리라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겁니다. 중요한 건 그것들이 대립하느냐의 문제죠. 즉 형식인 거죠. 그 형식이라는 건 대립한다는 것, 구별이 되고 차이를 낳는 것입니다." -p52 <언어는 실체가 아니라 형식이다> 중에서

"그런데 언어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인간의 문화 자체가, 그러므로 인간 자체가 다 감염된 것이다, 순수한 것은 없다는 게 이번 강연 시리즈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저는 그걸 '감염'이라고 표현했는데, 결국은 섞임과 스밈​이죠." -p123 <언어의 역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에서

"모든 언어와 문화가 감염되어 있고 우리 존재 자체가 감염되어 있음을 기꺼이 인정한다면, 속죄양 만들기나 호모 사케르 만들기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 그러나 우리 스스로 모두가 불순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가 감염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에 대해 조금은 더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그래서 정말 위험한 것은 불순한 게 아니라 순수한 것이다!" -p225 <우리는 모두 감염된 존재> 중에서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

저자
고종석 지음
출판사
로고폴리스 | 2015-08-2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언어가 우리 삶이나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아는 것...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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