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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여행/에세이]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 용감하고 유쾌한 노부부가 세계여행을 통해 깨달은 삶의 기쁨

by 두목의진심 201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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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찌들었다는 생각이 들거나 혹은 피로도가 파도처럼 밀려들때면 늘 떠나지 않는 생각이 "조용한 곳에 가서 하루종일 빈둥거리고 싶다"라는 생각이다. 그러지도 못할거면서. 결국 TV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프로를 찾아서 보거나 인터넷 웹서핑을 하면서 대리만족만 한다. 그러면서 꼭 주문처럼 중얼거린다. "언젠가 꼭 가보고 말테다!"는 다짐을 한다. 그것도 가슴에 설레임을 한껏 담고.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라는 여행 에세이를 읽었다. 제목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살면 인생이 아닌걸까?" 그래서 도대체 이렇게 당당하게 남의 인생을 저울질 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70세의 노부부.. 그것도 서로의 인생을 살다가 다시 만난 첫사랑. 이것만으로도 드라마틱한데 집을 팔아치우고 전세계를 집삼아 떠돌아 다니는 노인네들이라니. 나는 그들의 인생이 사뭇 진지해져 버렸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정말 하고싶은데.."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는 70대 부부의 세계 방문기다. 몇 일 스치듯 지나는 여행이 아닌 그 나라 속에 들어가 몇 주 혹은 1달씩 살면서 여행자가 아닌 현지인 처럼 살아보는 방식이 다른 여행자들과 다르다. 젊은 여행자들에 비해 튼튼한 다리도 아니고 민첩하게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떠나야 하는 여행이 자신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이런 독특한 방법으로 여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행이라기 보다 모험에 가깝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란다.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를 거쳐 크루즈로 14일의 대서양 횡단, 터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아일랜드, 모로코 그리고 포르투갈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부부의 여행에 내가 동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근데 솔직히 말하지만 대리만족은 안된다. 읽고 나면 많은 아쉬움과 지도를 펼쳐보며 터져나오는 한숨을 좀처럼 막을 수 없었다. 내 눈으로 내 가슴으로 직접 보고 느끼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이 노인네들 2015년에는 아시아를 계획중이라는데 그 계획 중에 우리나라도 있다는데 지금쯤 우리나라 어딘가를 느릿하게 걷고 계실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따져보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의 현재 나이와 그녀석들이 소위말하는 자립이 가능한 나이가 되려면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하다. 그때면 내 나이는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일텐데.. 그녀석들의 인생을 더 이상 돌보지 않고 시크하게 돌아서서 전 재산을 털어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아내가 꼭 가고 싶어하는 프라하를 밟아볼 수 있을까? 급 좌절감이 밀려든다. 린과 팀 부부처럼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물론 책 내용 어디에도 그들이 부자라는 내용은 없지만 상위 1%는 아니겠지만 그들의 경제력이 넉넉하다는 점은 충분히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또한 그들처럼 튼튼하지도 않은데 전 세계를 임대차하며 살아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은 아예 제로에 가깝다. 빌어먹을. 그래도 다만 조금의 바람이 있다면 삶의 피로도가 극으로 치달을 때는 잠시 벗어나 아내 손 꼭 잡고 린과 팀 부부처럼 산책과 숨이 멎을 듯한 풍경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닐 수 있는 경제적 여유와 결단력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인생이 너무 늦지 않게 주어지면 좋겠다. 계속 "아무것도 미루지 말라!"는 당부가 입가를 맴돈다. 난 일만 미루지 않았지 나머지는 모두 미루고 있는게 아닌지 마음이 헛헛하다.


"팀이 환하게 웃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웅장한 도시를 보여주는 것은 삶의 커다란 기쁨 중에 하나이며, 어쩌면 최고의 선물일 터였다." - p131 <가치있는 일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법> 중에서.


이 대목에서는 늘 프라하에 가보고 싶어하는 아내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게 된다. 프라하는 커녕 결혼 10주년에는 신혼여행으로 나녀왔던 싱가폴의 그 호텔로 다시 여행을 떠나자고 호언장담 했었는데 벌써 16년이 지나버렸지만 싱가폴 근처도 못가고 있어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파리에서 몇 주 살다 보니 , 여기 사람들이 왜 그리도 행복해 보이는지 알 것 같아. 대체로 프랑스 사람들은 일을 소중하게 생각해. 프랑스 사람들은 일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일하지. 그리곤 자신의 일을 소중하게 생각해." - p179 <마음가는대로, 그러나 정중하게> 중에서.


이 대목은 내 생각과는 좀 다르다. 2001년에 업무차 프랑스를 다녀왔던 적이 있었는데 나는 꽤나 짜증이 났었다. 미처 확인은 못한 탓도 있었지만 달러로만 가지고 갔었는데 달러를 받지 않는 곳이 많아 환전을 하려고 해도 10시에 시작하고 점심을 12시부터 2시까지 먹고 5시에 퇴근을 해버리니 환전도 못하고 애를 먹었었다. 그리고 무조건 영어를 못한다고 댓구도 잘 안해주고 불친절이 지나치다고 생각했었다. 공항을 가야하는데 쇼핑하는 곳에서 물건을 포장하다가 전화를 받는 직원은 10분넘게 통화를 하고 나는 애가 닳고.. 온통 여기저기 개똥밭이고. 관광객이 넘쳐나는 파리가 아닌 조그만 시골마을 앙시라는 곳이긴 했지만 내가 갔었던 때가 국제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명소인 앙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닥 별로였던 프랑스다.


"훌륭한 여행자의 필수 항목은 여행하는 나라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걱정거리가 사라져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이 점을 늘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 p199 <훌륭한 여행자가 되는 일은 마음 먹기 나름> 중에서.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저자
린 마틴 지음
출판사
글담 | 2014-07-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인생을 즐길 마음의 준비만 되어 있다면 누구나 ‘꽃보다 할배’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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