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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by 두목의진심 2015.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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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는 단순히 제목이 길어서, 그리고 약간은 감성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집어들었던 책이다. 그것도 회사 도서관 한쪽 구석에서. 어찌 이리 <삶>의 이야기를 남 이야기하듯 무심이 툭 던지며 깊은 공감을 만들어 내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안나'와 '루시아'라는, 성당이라는 공통점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새로운 환경에 휩쓸리면서 공통점이 생소한 것들로 변하면서 서로에게 가장 잘 알던 친구에서 잘 모르는 남이되는 인생의 이야기를 1인칭 관점이 아닌 한 발짝 물러서 3인칭의 시점에서 그들의 고독이나 외로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 어쩌면 현재를 살고 있는 모든 이가 늘 고민하거나 상상하는 과거나 미래에 대한 삶의 조작들을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 역시 삶이 언제나 외로운 것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이다.​ 작가가 궁금해진다.

언니가 쓸쓸한 어조로 말했다. "봄 되면 나무에는 다시 새 잎이 나는데, 인간은 왜 그렇게 안되는 걸까." 마리가 대꾸했다.​ "새로난 잎이 같은 잎이 아니지. 작년에 난 잎들은 다 죽었고 이건 새로 태어난 아기들이잖아." "넌 참, 같은 말을 해도 어쩜 그렇게 못되게 하니. 그렇게 못되게 살면 속은 편하겠다." 마리는 못된 건 누군데, 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을 입밖에 내진 않았다. 언니는 그런 말도 했었다. "어떤 때는 시간이란 게 끊어져 있으면 좋겠어. 다음 같은 건 오지 않고 모든 게 그때그때 끝나버리는 거야. 새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때 가서 잘하면 되니까. 지금 제일 잘하려고 안달 안 해도 되잖아." 그때 마리는 언니가 마리를 오해하듯 자신 역시 언니를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 p223

오랜 시간 전 빨가벗고 동네를 뛰어다니 함께 자란, 40여년을 여전히 만나고 과거에 일들을 뒤적거리며 웃고 떠드는 친구들도 익숙함에서 오는 '잘 안다'는 오해 속에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그럴 수 있는 일로 치부하면서 스스로 외로워 질때가 종종 있는데 그런 많은 관계속에서 사람은 점점 외로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는 그런 관계에서 독단적으로 혹은 관습적으로 당연스럽게 단정짖는 일들도 꽤나 많은데 '이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이 된다.

"그거요. 이상한거 아녜요. 그냥 뭔가 남들 하는 방식하고는 핀트가 안 맞는 거예요."

나 역시 점점 남들하고 핀트가 자주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든다. 그들의 삶의 방식을 쫒아 가는게 낯선게 아닐까.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저자
은희경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4-02-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장르’이자 ‘브랜드’인 작가 은희경, 그...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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