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청년을 꿈꾸진 않았어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견뎌내면서 오히려 풍부해진 감수성이 있었는지 <시>를 좋아했었습니다. 아마 좋아했던 시의 대부분은 사랑에 관련된 시였지만 말입니다. 특히 황지우 시인을 좋아했는데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 보다는 소설을 좋아하다 이제는 주로 자기계발서에 집중하는걸 보면 아직도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자의식이 팽배하게 자리잡고 있나 봅니다. 어느 날부턴가 자기계발서에 집중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답답한 제 현실이 투영되고 있다는 생객에 이르자 왠지 씁쓸해져서 의식적으로 소설이나 에세이류로 눈을 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서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인생을 <성공>이라는 화두에 가두어 이야기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감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요. 아무튼 그러다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는 재밌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시집이면서 대담집에 에세이까지 고루 담겨있는 이 책은 한국의 신경림 시인과 일본의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의 이야기입니다. 두 분의 움푹 패여 깊은 주름만큼이나 감수성의 깊이가 느껴져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좀 생소한 시를 나누는 방법중에 <연시(連詩)>가 있다는데 그런점에서는 일본이 좀 더 개방적인 것같네요. 여럿의 시인이 서로의 시상을 이어서 만드는 <연시>를 두 분의 시인이 이어가는 <대시(對詩)>로 담고 있는데 읽어보면 "아, 좋다!"는 탄성이 나오네요. 그리고 서로의 시 중에서 좋은 시를 골라 이야기하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시낭송에 다담도 나누고, 거기다 이메일로 주고 받은 대시까지 독자와 함께 호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잔잔하면서 감성에 푹 젖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동안 시를 읽지 않았는데 틈틈이 시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처럼 똑또르 빗방울이 흘러 내 몸에 들어오는 것같이 감수성을 있는대로 자극하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참, 다니카와 슌타로 선생님이 <아톰>의 작사가였다는 사실이 꽤나 반가웠네요.
<대시 11. p20>
<대시 12. p21>
세월호 참사에 대한 두 시인의 대시 11과 12를 읽으며 마음이 뭉클합니다.
특히 "숨이 막히는 괴로움"과 "물 속에서 허우적대다가"라는 표현의 먹먹함이란.
<대시 18. p27>
나이를 더해가며 인맥관리에 점점 피곤함을 느낍니다.
전 언제쯤 털어내고 잊어서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갈대, 신경림. p52>
"삶"에 대해선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고 여겼는데 그것이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알고나니
많이 많이 크게 울고 싶어졌습니다.
두 분의 1차 도쿄 대담 중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닮았다고 말씀하시는 부분은 왠지 바로 옆에서 듣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지면서
저도 모르게 피식하고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만 느끼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오타>를 발견하는 즐거움은 상당히 큽니다.
뭔지모를 나만 알고있다는 비밀쯤?이 생각난다고나 할까요.
"강항 생명력"이 아니라 "강한 생명력"이겠죠? ^^
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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