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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문학/소설/양귀자] 왠지 한번쯤은 만나고 싶어지는 원미동 사람들

by 두목의진심 201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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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입학한 딸아이가 회사도서관에서 권장도서를 찾아달라고 합니다. 왠일인가 싶어 '중학생 권장도서'를 인터넷을 찾아보니 목록에 <원미동 사람들>이 있네요. 다행이 회사 도서관에도 있어서 딸아이에게 주기전에 먼저 읽어봤습니다. <양귀자>라는 작가는 이름을 아는 정도여서 읽어보고 싶기도 해서 먼저 읽기 시작한거지요. 이 작품은 1987년에 발행된 작가의 연작소설인데요. 벌써 이십년이나 된 소설이네요. 저는 2014년 2월에 4판 9쇄로 다시 내놓은 책을 읽었습니다. 왠지 <원미동>에서 튀어나옴직한 인물 표지그림이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뭐 암튼 내용은 특히하게 인물을 중심으로 펼치는 구조가 아니라 부천 일대의 도시 그것도 <원미동>이라는 동네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사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11편의 단편으로 엮어 연작소설의 형태로 내놓은 소설입니다.

<원미동 사람들>은 '성공'이라는 명제 아래 서울로 밀려든 전국에서 상경했지만 정작 서울로 끼지 못하고 그나마 서울과 근접한 부천이라는 도시, 그것도 원미동에 스며든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멀고 아름다운 동네>라는 원미동은 그동안 잘 몰랐지만 이 책을 읽고난 후 참 슬프게 들리네요. 시간이 허락하면 <원미동>을 휘휘 돌아다녀 보고 싶기도 합니다. 굳이 남루하고 비루한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줄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작품이 처음 출판된 20여년 전이라면 <원미동>의 풍경이 그러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소위 말하는 위성도시들의 남루함을 익히 알기에. 헌데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이 책이 중학교 권장도서인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삶의 군상을 보여주는 내용에 아직은 어린 중학생이라면 쉽게 읽힐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 중학교 3학년 권장 도서인가라는 생각이 스치는군요. 딸아이가 1학년이다 보니 1학년만 생각했네요. ^^;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삶의 모양새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가지만 <원미동>이라는 동네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키며 묘하게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연작소설의 묘미이기는 하겠지만 참 다양한 느낌들이 전해져 색다른 재미를 줍니다. "한마리 나그네 쥐"와 "지하 생활자", "한계령" 속의 인물들의 허무하고 고단한 삶의 끝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습니다. 그 속에 주옥같은 문장들이 감탄을 자아내기도 하구요. 긍정적이고 밝은 소설은 아니지만 쓸쓸함이 담뿍 묻어나는 깊은 가을처럼 마흔 여섯의 제 삶도 원미동 23통 5반에 슬며시 얹혀진 느낌입니다. 

 "원미동에서 밀려나면 갈 곳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어요. 어디든 갈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이런 생활 이하로는 떨어져 내리고 싶지 않아요. 이만큼 살 수 있다는 것을 얼마나 감사하며 지내왔는데요…. 다신, 이곳에 얼씬도 마세요." -p.259

 

인삼찻집 여자의 절절한 하소연입니다. 온갖 세상 풍파를 견뎌 온 여자가 자조섞인 읇조림은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여력도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나죠. 요즘 중산층이 무너져 하루에도 수십 혹은 수백의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하는 마당에 그들이 중산층에서 더 이상 추락할 곳도 여력도 없다는 속내를 20여년이 지난 오늘의 세태가 겹쳐져 씁쓰레합니다. 더 이상 밀려나가지 말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찻집여자는 소리 소문도 없이 원미동에서 떠밀려났습니다.

 


원미동 사람들

저자
양귀자 지음
출판사
쓰다 | 2012-12-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작가 양귀자가 경기도 부천시 원미동이라는 삶의 공간을 무대로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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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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