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민감하다면 민감한 소재로 영화를 만들며 약간은 당혹스런 멘트로 시작하는 '제보자'입니다. 사실에 근거해서 만들었지만 구성을 새로이 한 픽션이라고 시작에 면책성 발언을 하는군요. 임순례 감독에게 좀 실망스럽네요. 누가봐도 황우석박사의 이야기며 진실은 알려지지도 않은채 그냥 국민의 정서를 이용해 사회적 공분을 샀던 '줄기세포' 사태를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픽션이라고 살짝 발만 걸쳤으니 당신들이 알아서 판단해라..는 식의 메세지는 웃기지도 않네요. 이런 식으로 빠져 나갈꺼면 만들지나 말지 말입니다.
여하튼 황박사의 난자 불법조달이라는 의혹에서 시작해서 진실을 파헤치겠다고 팔걷어 붙이고 나선 윤PD(박해일)는 요즘 피노키오라는 드라마에서 촌천살인을 저지르는 기자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하는군요. '진실이 먼저냐? 국익이 먼저냐?'라며 당당하게 자신들이 나서야 사회정의가 바로잡힌다는 사명감이 어쩌면 '진실'에 눈을 멀게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들은 그렇게 말하죠. 의혹을 던져놓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라고 우리가 이렇게 시작을 했으니까 나머지는 니들이 나서야지?라는.
사실 황우석박사가 일으킨 '사태'의 핵심은 줄기세포의 문제가 아닌 '논문조작'이었습니다. 당시 멀쩡하던 개의 허리를 작살내서 줄기세포를 이용해 완전하진 않지만 걸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분명했고 그로인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많은 부분 희망을 준 것도 사실입니다. 저 역시 실험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대기 중이었던 임상실험 대상자였구요. 하지만 어쨌거나 황박사의 문제는 미국의 새틴박사와 연구 진행을 함께하면서 줄기세포의 특허권을 뺏길 수 있는 과정에서 조급한 마음에 논문을 조작했고 그로 인한 파장으로 어쩔 수 없는 '수의사'라는 한계점을 드러내 버린 점이죠. 만약 황박사가 수의사가 아니라 의사였다면 많은 부분 달라졌을 수 있었을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줄기세포는 분열과정에서 다양한 조직으로 분열하여 영화에서 민호(유연석)가 말하는 것처럼 다양한 세포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척수가 망가진 사람에게 척수 신경이 만들어지지 않고 머리에 종양이 만들어 질수도 있다는 얘기죠.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무서운 일임에도 임상을 다급하게 시도하려던 이유 역시 새틴박사의 방해(?)로 인한 조급함이었습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 밀렸다는 패배감에 마구 들이대기도 했지요.
사실 여전히 진실은 숨겨져 있지요. 현재 황박사는 줄기세포 연구를 계속하고 있고 극중 찌질하게 나왔던 도형(김강현)의 실제 인물인 김선종박사는 논문 조작과 줄기세포 바꿔치기와 오염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줄기차게 의문을 제기한 줄기세포의 유무의 사실을 왜 거론 되었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제 문제의 핵심에 있던 인물도 아니고 진실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작 이 사태의 핵심이 줄기세포의 문제였다면 황박사는 현재 연구소가 아니라 감옥에 있어야 하고 김선종 박사는 새틴의 밑에서 연구를 하고 있겠지만 반대로 황박사는 연구를 하고 있고 김박사는 구속되어 있다면 영화에서 말하는 '진실'이 무엇이고 무엇이 '픽션'인지 잘 고민해봐야 할꺼 같네요. 영화 끝무렵에 황박사의 독백이 가슴에 남습니다. "너무 멀리왔다. 멈춰야 할때를 놓쳤다" 진실인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이 독백이 감독이 말하는 픽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암튼 제 짧은 영화평은 "아무도 모르는 진실을 감독이 진실인 것처럼 포장해 버린 영화"입니다.
글 : 두목
이미지 : 다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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