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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데로서평

[에세이] 다 똑같이 살 순 없잖아 - 그것대로 괜찮은 삶의 방식

by 두목의진심 2023.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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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지 씨에게 희망과 용기를 양분처럼 공급해 준, 아니 여전히 그러고 계신 노승희 씨 이야기에 64년 생 이화자 씨가 떠올라 코 끝이 찡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더 이상 걷지 못하고 남들과는 다르게 된 아들을 30년의 세월을 훌쩍 지네고 난 지금도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다채로운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다 막아내 주느라 손이 코끼리 피부를 닮아가고 있다.

 

책장을 넘기는 족족 이화자 씨 생각을 멈출 수 없다. 결혼 생활이 행복했을 리 만무하고 오십을 훌쩍 넘기거나 넘으려는 삼형제는 여전히 부모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가슴은 오죽 너덜너덜해졌까. 엄마가 인고 했을 그 긴 세월이 노승희 씨 이야기를 듣고서야 아주 조금 감당이 된다.

 

"너희는 엄마가 참 이무로운 거 같아. 내가 뭔 말만 하면 버럭 성질들을 잘 내더라." 오랜 만에 통화하다가 나도 모르게 버럭 했던 순간 담담하게 엄마는 말했다.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지만 잘 안 들리는 엄마의 청력을 탓하는 것으로 안부 전화를 끝내면서 많이 후회했었다.

 

나는 작가와는 반대로 인생을 살면서 진심 죽고 싶다는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을 1도 모른다. 21년을 날생선 같이 펄떡대던 삶이 하루 아침에 손가락 하나 딸싹 하지 못하게 바뀌었다. 그 후로 쭉 번쩍이는 명품 택을 붙인 것처럼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장애인의 삶을 살지만 죽어버리겠노라 마음은 도무지 먹게 되지 않는다. 이왕 이렇게 사는 거 잘 살자는 태도여서 작가가 관통해 온 불행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145쪽, 나는 네가 행복하면 좋겠어

 

사람 관계에서 자기 좋아하는 것을 강요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 아닌가? 심지어 가족 간에 서로 싫어하는 것을 조심한다는 모녀 사이가 놀랍기 그지없다. 어릴 때 나도 그랬고 지금 내 아이들도 그런, 하지 말라고 수 천 번 이야기 해도 결국 하는 사람 목만 아프고 감정만 상하는, 도돌이표 같은 일상의 반복을 작가 모녀와 어디가 다른지 진지하게 돌아본다.

 

200쪽, 싫어하는 것을 공유한다는 것

 

우울감 쩔던 작가가 어떻게 하늘을 찌를 듯한 자존감을 장착하게 되었는지가 간단한 선 그림이지만 아주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읽기 쉽고 공감 하기 아주 편하다.

 

한데 하필 어버이 날에 이 책을 읽느라 애 먹었다. 화기애애한 모녀 사이가 아니라 화기애매한 모자 사이지만 이화자 씨에게 전화라도 드려야겠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워 뭉클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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