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가는데로서평

[자기계발] 결국은, 사람 - 글 쓰는 직장인 장한이 작가의 사람 그리고 관계의 매듭

by 두목의진심 2022. 12. 14.
728x90

 

 

그의 책, <어른의 무게>을 읽었었다. 어른이라 생각만 하고 살았던 내 수준을 적나라 마주하고 부끄러움을 덤으로 챙김 받았더랬다. 물론 깨달음은 있었지만 그때보다 나은 어른은 되지 못해 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번엔 직장관계에 대한 얘기다. 직장생활을 슬기롭게 하지 못하는 나는 또 얼마나 부끄러울지 겁부터 나지만 그래도 괜찮다, 싶다.

 

"상사는 소통이라 생각하고, 조직원은 불통이라 여긴다." 53쪽, 알아서 찾아 갈게요

 

시작부터 강렬하다. 소통을 빙자한 일방통행만 하는 직장 상사를 비롯 직장 내에서 좀 더 숨통이 틔울수 있는 비법이라면 비법을 담은 듯하다. 조직 리더십을 다룬 자기계발 책이 분명 아님에도 옆구리 콕콕 찔러대는 지점이 있어 슬쩍 리더들 책상에 밀어 놓고 싶은 직장인이 한 트럭은 있지 않을까. 조직원이 잘 하던 SNS를 왜 끊었는지, 뮛때문에 회의만 들어가면 입을 닫는지, 왜 혼밥을 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너무 공감해서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회식에 대한 그의 생각이 나와 겹쳐서 너무 절절했다. 이런 회식의 불편함은 복지관도 예외는 아니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도 아니고 입퇴사 축하의 장도 아니다. 그저 친목을 도모하는 술자리 혹은 밥자리다. 술이, 밥이 먹고 싶으면 그러고 싶은 사람만 참석하면 되는 거고 아닌 사람은 마음만 전하면 그만이다. 회식에 동참하지 않았다 해서 조직원과 거리를 두는 것도 아니고 축하할 일에 축하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분명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왜 그걸 모르지? 보고 있나? 팀장?

 

67쪽, 강압적인 회식을 반대합니다

 

에버랜드에서 영혼없는 속사포 랩을 퍼붓는 여인의 소문은 들었지만 그의 별칭이 소울리스좌라는 말은 몰랐다. 소울리스좌가 뭔지 몰랐거니와 어차피 영혼은 출근할 때 고이 모셔 두는 것이라 배웠는데, 그는 그걸 넘어섰다니 직장인들이 리스펙 하는 거겠지만. 한데 이러나 저러나 직장은 영혼을 터는 곳이라서 뭘 기대하기도 좀 그렇다.

 

"세상에는 남들이 부러워 하는 곳에서 마지못해 일하는 사람이 있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최선을 다해 일하는 사람도 있다. 최선을 다해 일할 때는 어떤 일이라도 가능한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마지못해 일하는 경우에는 적당함을 두고 최선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영화 속 앤디처럼. 현실 속 나처럼." 124쪽, 최선을 다하면서 징징

 

점심을 막고 막간을 이용해 책을 펼쳤다. 몇 장 읽지 않았는데 눈이 슬슬 내려오다 번쩍 떠졌다. 현실의 그처럼 내 현실도 그리해서.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지도 않았는데 앤디가 눈에 선하다. 대기업은 고사하고 복지관에서조차 불평불만에 매일 징징거리는 내가 순간 부끄러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숨막히게 부끄러움이 다 뭔지.

 

'어차피 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직장을 다니는 내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책이다. 저자와 같은, 어쩌면 몇 살 좀 더 먹었을지도 모르지만, 난 입사할 때 포부는 최상위 타이틀을 거머쥘 작정이던 평생 직장 개념이 있었다. 97년, 첫 직장은 월급이 거의 두달에 한번 꼴로 밀리더니 결국 1년이 넘게 밀렸다. 추석이라고 미안하다며 사장이 건넨 봉투에는 10만원이 들어 있었다. 뭘하기도 어정쩡한 액수라서 기름을 넣었나 그랬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녔다.

 

결국 회사는 문을 닫고 사장은 잠수를 탔지만 좋아서 한 일이었고 열정을 불사르던 곳이었다. 후회? 아마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영화 속 앤디처럼 징징 거릴 껀덕지를 찾는 건 아닐까. 시대가 변했다는 핑계로 직장은 그저 돈벌이 수단이라며 떠날 궁리를 합리화 하는 건 아닐까.

 

씁쓸하면서도 백퍼 공감 퍼레이드의 연속인 그의 이야기는 회사에서 조차 정치를 해야 하고, 핸드폰 다이어트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일은 어쩌면 중년의 조건 같기도 해서 코끝이 시큰하기도 하다.

 

254쪽, 정치적이지 않다는 말​

 

이 책은 X세대가 MZ세대와 필연적으로 어울리고 뒤섞여야 할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그러면서 서로 의지하면서 버텨야 하는 슬기로운 직장생활의 묘수를 담고 있다. 어쩌면 내 이야기 같아서, 당장이라도 가슴에 넣은 사표를 내 던지고 싶었다면 이 책은 잠시 숨을 고르는 쉼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은, 사람이라는 말 동감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728x90